■ 은퇴자가 말하는 지역정치

1991년 1대 마산시의원부터 6선, 30년 지방자치 산증인 '퇴장'
주택임대차계약 확정일자 조례... 상위법 개정 이끌어내는 성과
공천제 없애고 지역정당 생겨야... '머슴의식' 가질 때 정치도 성숙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1년 38살 나이로 마산시의회 1대 의원에 당선해 3대 통합 창원시의회 의장까지. 6선 시의원을 지내며 30년 세월을 지방의회와 동고동락한 김종대(69·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회 의장이 퇴장한다. '정치 은퇴'라는 표현은 왠지 거창하다며 '퇴장'이라는 단어로 마지막을 정리한 김 의장은 담담하게 소회를 밝히고 당부의 말을 했다.

1975년부터 YMCA 활동을 한 김 의장은 '시의원은 지방 국회의원'이라는 강삼재 전 국회의원 권유로 기초의원이 됐다. 마산시의회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의장은 그 과정에서 굵직한 흔적도 남겼다.

"1998년 주택임대차계약증서 확정일자부여업무 조례를 만들었죠. 전입신고 때 공무원이 세입자를 보호하고자 세입자에게 확정일자를 고지하고 날인절차를 밟도록 하는 조례죠. 당시 집행부 반대가 심했어요. 확정일자 고지 등은 국가사무라는 인식이 강해 지자체 공무원이 괜한 책임만 떠안게 된다는 우려였죠. 대법원 소송에서 패소했는데, 이후 시의회에서 재부의해 통과시켰어요. 전국적으로 확산이 됐고 상위법도 현실에 맞게 개정이 됐죠."

뜻이 맞는 동료 의원과 합심해 그룹을 조직한 일도 있다. 지금으로 치면 의원연구단체다. 당시 기초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기에, 연구단체 운영비는 시의원 사비로 충당했다. 7명이 한 달에 50만 원씩 냈고 모인 돈은 사무실 임차와 전문가 초청 강의 등에 썼다. 1년 6개월 후 그룹에 남은 사람은 김 의장뿐이었지만, 이때 경험은 '지방자치제는 지역민 삶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다, 생활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뿌리내리게 했다.

▲ 김종대 창원시의회 의장이 14일 의장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며 의정활동 소회를 밝히고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 김종대 창원시의회 의장이 14일 의장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며 의정활동 소회를 밝히고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마산시장 도전 등을 이유로 공백기를 뒀던 김 의장은 2010년 통합 창원시의회에 복귀해 연이어 당선했다. 통합 6선, 창원시의회 민주당 최다선 타이틀을 안았다.

"창원시장애인체육회 설립에 앞장서고 부마항쟁 창원시 기념일을 제정한 일, 오동동에 인권자주평화다짐비를 세운 일, 도시재생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조례를 만든 일 등이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보면 민주당은 우리 지역에서 '비주류'인데, 민주당에 계속 몸담았던 이유는 누군가는 비주류, 소외계층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김 의장 시선은 자연스레 미래로 옮겨졌다. 앞서 지방자치 30년을 '답보에 가까운 진보'라 평가하며 중앙정부·정치 예속화를 경계했던 김 의장은 여전히 우려가 크다고 했다. 2020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 이뤄졌지만 사무·예산 권한 등 이전은 제도화되지 못하면서 허울뿐인 지방자치가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이해와 신뢰가 부족한 거죠. 지방자치제가 중앙정치 강화·운용 수단으로만 쓰이는 듯해 씁쓸하고요. 현 상황에서 지방자치 운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지방자치제가 꽃피는 길은 없을까. 열악한 지방재정도 개선, 지방의회 독립성·권한 강화, 주민 참여·의회 견제 등을 언급한 김 의장은 특히 '지역정치 변화'를 강조했다.

"의원 자질에 지방의회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봐요. 의원이라면 특정 한 분야 정도는 전문성이 있어야죠. 관련해서, 그동안 관례로 상임위별 선진지 견학·국외연수가 있었는데 많은 인원에 한꺼번에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소수가 가서 심도 있게 공부해 의회·지역에 전파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지방의원 대우도 개선해야 해요. 그래야 뛰어난 인물이 의회에 유입되는 길이 넓어지니까요."

김 의장은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 지역정당 활성화도 주제로 꺼냈다. 공천제를 없애야 중앙정치 예속화를 막고 집행부 견제·감시 기능은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또 비례대표 확대가 의회 다양성 확보 방안이라 하면서도, 이 역시도 자칫 중앙정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결국 지역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활성화해야 해요. 지역에 맞는 사고를 품고 책임질 수 있는, 지역 사람들이 생활정치 전면에 나서는 거죠. 지방의회법 등 법률로 자치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데, 시민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내고 책임 의식을 느끼는 것도 참 중요하죠."

'정치 퇴장' 후 김 의장은 지난 경험을 녹인 책을 쓰려 한다. 의정활동 길라잡이다. 의정활동 노하우를 후배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지방자치·지역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방의원에게 필요한 건 '머슴의식'이에요. 의원들이 투철한 '머슴의식'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의정활동을 한다면 지역정치·지방자치는 더 성숙해질 수 있어요."

/이창언 기자 un@idomin.com

 

☞ 김종대 시의원은 = 한국YMCA 청년전국연맹 회장,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공동의장,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경남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1991년 지방선거에서 마산시의원으로 당선하고 나서 6선 시의원을 지내며 2대 통합 창원시의회 후반기 부의장, 3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2022.5.16.∼2022.6.30.)을 맡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