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에 처벌감경 권한
윤 대통령 '친기업'행보 지원
야권 "법 무력화…철회 촉구"

국민의힘이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 감경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기업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최고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 처분을 골자로 한다.

21대 전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했던 박대출(진주 갑)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때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고자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처벌 형량 감경과 중대재해 예방 기준 고시 등 주요 권한을 법무부 장관이 맡도록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 관련 기준을 고시하고, 기업이 이에 따른 인증을 받았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형을 감경하거나 아예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고시 내용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 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 표준 적용 사항과 중대재해 발생 위험 감지 정보를 송·수신하는 정보통신 시설 설치를 포함하도록 했다.

개정되면 법무부 장관이 인증기관을 지정해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교통수단)이 고시 기준에 적합한지 인증한다.

그렇게 되면 인증 사업장은 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5조(도급·용역·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9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행위를 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감경받거나 면제받게 된다.

박 의원은 법무부에 주요 권한을 맡기는 점을 두고 "고용노동부는 아무래도 노동자 안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기업 불안을 해소한다는 보완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 개정안에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친윤계 의원 모임 '민들레' 일원으로 알려진 이주환·조명희 의원이 참여했다.

박 의원은 환노위원장이자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에서 유세단장을 맡았다.

이에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 친기업 행보를 뒷받침할 국민의힘 차원의 정책 지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등으로 현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 등으로 경영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실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관련 내용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어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지난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핵심은 기업주 처벌"이라며 "정부·여당이 할 일은 이 법을 안착시키는 것이지, 이를 무력화하려는 경제계 소원 수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14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 문제점을 짚었다.

산업안전보건법 표준 적용 사항을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계법령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산안법의 일부 작업 등으로 축소하여 입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며 "경영책임자의 면책 의무를 주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인증 권한 부여를 두고도 "일부 기업은 인증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할 뿐, 실질적인 산재예방에 소홀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며 "또 다른 인증을 추가하는 건 CEO에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구실만 만들어 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산재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정치권과 노사정이 할 일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흔드는 것이 아닌, 현장 정착에 노력하는 것"이라며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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