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살, 게으름 탓 아닌 자연스런 현상
그런데도 쉽게 입방아·참견 대상 삼아

칼럼과 함께 소개되는 프로필 사진은 대략 5년 전 사진이다. 서른 후반에 접어든 지금은 15㎏ 정도 불었다. 이마 주름살의 윤곽도 짙어졌다. '손목이 그렇게 가늘어서 아기는 어떻게 들겠노?' 걱정을 부르던 마른 몸은 이제 두툼한 살집이 붙어 풍채가 좋다. 그러니 몸에 대한 참견이 사라졌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오산이다.

"여자가 관리를 해야지." 살찐 내 몸은 전보다 더 촘촘하고 깊숙한 참견의 대상이 되었다. 오랜만에 본 친구가 "수미야,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쪘어?" 하고 고상하게 묻는다면 가까운 사이인 가족은 선이 없다.

남동생은 뱃살을 쓱 만져보더니 "여름에도 패딩을 입고 다니는 건가?"라는 농담을 시작으로 "누나야, 이건 진짜 아니다" 하고 훈계에 가까운 염려와 질타를 늘어놓는다. 여기에 엄마의 잔소리까지 가세하면 이른바 뚜껑이 열린다.

결국 "좀! 내 몸에 대해서 그만 좀 이야기해!" 꽥 소리를 질러야만 상황이 겨우 마무리된다. 대략 이런 상황을 일 년 정도 반복하고, 제 발로 헬스장을 찾아갔다.

일주일에 두 번, 일대일 PT를 끊었다. 운동을 마치고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으며 체중계에 올라가 보지만, 야속하게도 몸무게는 그대로. 20대에는 운동만 해도 잘 빠지던 살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력운동을 하니 풍채가 더 좋아지는 듯했다. 헬스 트레이너는 '식단'을 병행해야만 살이 빠진다고 했다. 아침, 저녁을 샐러드와 단백질 위주 식단으로 바꿔서 한 달을 먹으니 양배추만 봐도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두 달 동안 4㎏을 감량했지만, 회의가 찾아왔다.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가야 하나.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건강한 몸인가, 아니면 그냥 날씬한 몸인가. '살찌면 무릎이 아프니까', '종합검진에서 비만 판정받았으니까' 여러 가지 타당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들지만, 솔직히 후자다. 적어도 66사이즈 옷을 가볍게 걸칠 수 있는 몸을 원한다.

친구에게 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에 관해서 이야기하자, 공감하며 주변 여성들이 '젊고 날씬해 보이기 위해' 받는 관리와 시술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기미와 잡티를 제거하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모공 청소를 받으러 꾸준히 피부과에 간다고 했다. 주름살을 당기고 얄상한 얼굴선을 위해 필러 주사를 맞고, 지방 흡입을 하거나 전신 마사지를 받는 일도 흔했다.

그렇게 '평생 관리'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영원히 늙지 않는 몸과 얼굴에 대한 환상. 동안인 연예인을 일컬어 '방부제 미모'라고 칭하는 미디어의 기이함은 평범해서 무섭다.

나잇살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고 활동량이 전처럼 활발해지지 않으니 군살이 붙기 마련이다. 특별히 게을러서, 관리에 실패해서 살이 붙는 것만은 아니다(나의 경우는 책 집필을 위해 오래 앉아있고 단것을 많이 섭취했다는 이유도 크지만).

그런데도 표준체중을 훌쩍 넘은 여성의 몸은 너무 쉽게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고 집요한 참견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노화까지 진행되니. 내 몸을 미워하기란 너무 쉽다.

중년의 몸. 탱탱한 피부와 생기는 점점 사라지고, 주름살과 통증에 친숙해지는 시기. 반갑지는 않아도 자연스러운 일임을 인정해야 한다. 한 친구는 50살을 지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늙어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중이야." 아무래도 늙은 몸을 받아들이는 데는 고독한 연습이 필요한 모양이다.

내 나이 서른일곱. 세상일에 혹하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기면 늙고 뚱뚱한 몸을 받아들이고 쉽게 늙어갈 수 있을까. 그 전에 몸에 대해 지독하게 말을 얹는 타인을 향해 고상한 표정으로 한마디 쏴줄 수 있는 내공부터 연마해야겠다. "그 입을 닥치세요."

/김수미 자유기고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