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휘발유·경유 2000원 넘어
러-우 전쟁·중국 봉쇄 완화
유가 상승 원인 복합·다양
내림세 예측 당분간 어려워

김해시에 살던 30대 박 모 씨는 몇 해 전 직장이 있는 충북으로 이사했다. 이사한 이후로 매월 두세 차례 본가를 방문해왔다. 그러나 최근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본가 방문을 멈췄다.

박 씨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 직행이 없어 자가용을 이용하는데 요즘에는 유류비와 통행료를 더하면 왕복 10만 원 이상 들어 본가에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기름값이 예전 수준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함안군에 살고 있는 50대 ㄱ 씨가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는 차를 운전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그에게도 이제 이런 자동차 운전은 사치가 됐다. ㄱ 씨는 이전과 같이 취미생활을 하고 싶지만 기름값이 내려갈 때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기준 경남 도내 휘발유 1ℓ 평균가는 2062원, 경유 평균가는 2064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폭등하던 3월에도 도내 휘발유 1ℓ평균가는 2000원을 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2000원대를 기록하고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기준 1900원대를 유지하는 주유소는 진주시 수곡농협 알뜰주유소, 하동군 옥종농협 알뜰주유소, 하동군 금오농협 알뜰주유소 3군데 정도다.

국제 휘발유값은 6월 둘째 주 ℓ당 1189.54원으로 5월 둘째 주 1087.79원보다 100원가량 올랐다. 국제 경유값은 ℓ당 1336.25원으로 결국 1300원대에 진입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 안내된 기름값. 13일 기준 휘발유가 ℓ당 2065원, 경유가 2055원이다.  /주성희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 안내된 기름값. 13일 기준 휘발유가 ℓ당 2065원, 경유가 2055원이다. /주성희 기자

국제 유가 상승원인은 복합적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내 석유 제품 주간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봉쇄조치 완화 영향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 완화로 차량 사용량이 급증하면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정례회에서 증산에 합의했다. 이 합의로 하루 원유 생산량이 기존 43만 2000배럴에서 64만 8000배럴로 늘어날 예정이다. 생산량을 늘리는 시기는 7~8월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국내·국제 석유 유가를 예측하지 않는다"면서 국내 유가 추이나 하락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 합의로 증산한다고 했지만 실제 증산까지 지켜봐야 유가 동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조만간 정점 후 하락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양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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