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앱·SNS 악용 피해 확산 속
경남 지원센터 '범숙' 역할 톡톡
1년간 93명 구조·복귀 뒷받침

지난 2월 창원서부경찰서는 사라진 ㄱ 양을 찾아 달라는 가족들의 애타는 연락을 받았다. ㄱ 양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극단적 시도를 한 적도 있었다. 경찰은 창원시 한 모텔에서 혼자 남은 ㄱ 양을 발견했다. 성 매수자였던 남성은 떠난 상태였다. 사후피임약을 먹었지만 한 달 뒤 ㄱ 양은 임신했고, 임신 중단 수술을 받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성 매수자 손길이 아동, 청소년들에게까지 뻗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청소년성보호법을 개정해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과 청소년을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에서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바꿔 규정했다. 성매매 관련 사건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피해자로 보겠다는 시선이 반영됐다. 또한 전국 17개 지역에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지난해 6월 경남도는 '사회복지법인 범숙'을 지원센터로 지정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ㄱ 양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도움을 받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센터는 지난 3월 ㄴ 양도 만났다. 그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어려워했다. 무단결석과 가출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 선도위원회가 열렸고, 아이는 지원센터에서 교육과 상담을 받았다. ㄴ 양은 그루밍 성범죄를 겪고 있었다. 20대 남성이 아이와 만나면서 그 대가로 술과 담배를 사주고 모텔비를 대줬다.

김현미 지원센터 상담원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정서적 결핍을 많이 겪는 아이들이 성매매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성관계를 맺게 됐다 성매매로 빠지는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돈을 받는 대가로 인권을 짓밟는 일도 벌어진다.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맺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센터 이용 현황을 보면 17~19세가 55.3%(31명)로 가장 많다. 성매매 알선은 주로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이 33.9%(19명)로 가장 많았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가 28.5%(16명)를 차지했다.

지원센터는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발견하고, 구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의료와 법률 등을 지원하면서 피해자가 사회복귀를 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경남 지원센터는 성매매 피해 아동 청소년 93명에게 506회 서비스를 지원했다. 이 가운데 26건은 경찰서에 정식 사건으로 접수됐다. 

ㄷ 양은 성 매수 남성으로부터 협박받았다. 그 남성은 ㄷ 양에게 계약서를 작성해 거부할 수 없게끔 만들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지원센터를 찾아온 ㄷ 양은 고소하고 싶다고 했으나 할 수 없었다.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 없이 고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부모가 2차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기는 아동·청소년에게 지원센터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김 상담원은 "성인과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피해 양상이 달라 내담자 특성에 맞춰 상담해야 한다"며 "이런 지원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접근성을 높이려면 학교 차원에서 성매매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담원은 어른들의 무관심을 경고했다. 그는 "혹시나 성매매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 청소년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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