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에 농성장 아수라장 "그날 떠올리면 아직 목메어"

밀양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 기슭에는 푸른색 송전탑이 꽂혀있다. 그 아래에서 정임출(80) 할머니가 산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2014년 6월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 그날, 정 할머니는 위양마을 송전탑 부지 127번 농성장에 있었다.

"그거(밀양 행정대집행) 얘기할라카믄 목이 메이는데…. 그기 6월 11일이제. 행정대집행을 당했을 때가. 6월 9일부터 마을 도로에 경찰차가 줄지었다이가. 길목마다 다 막았어. 외부에서 연대자들이 농성장으로 못 들어오게 할라꼬. 10일 밤에 비가 왔거든. 길 아는 사람도 잃어버릴 수 있는데 그 밤에 사람들이 비를 홀딱 맞고 온 거라. 새벽에. 허재비(허수아비)맹쿠로. 신발이고 다 배리가꼬. 그 사람들이랑 끌어안고 울었제. 뭐하러 이 고생하러 왔노 이러니까. 우리가 와야지요 함시롱."

할머니는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 밀양 송전탑 아래에 사는 정임출(왼쪽) 할머니와 윤여림 할아버지. /김다솜 기자
▲ 밀양 송전탑 아래에 사는 정임출(왼쪽) 할머니와 윤여림 할아버지. /김다솜 기자

"그러다 경찰이 왔는데 움막 철거하는 데 10분도 안 걸리드라. 사람이 을마나 많은지. 거기 여자들이 옷을 할딱 벗고 있었다. 팬티만 입고. 알몸띠를 만들고 있었는데 경찰들이 전부 다 끌어냈다이가. 우리는 구덩이 안에 있었다. 개목줄을 허리랑 목에 휘감고 있는데 (경찰이) 가래로 끊더라고. 칼로 움막을 다 찢어내고, 발버둥하다가 우린 기진맥진해서 병원 실리 가고 그랬다. 그렇게 치워놓고 다른 곳으로 가는 거라. 우리가 완전히 짐승 쫓기듯이…. 짐승 끌어내듯이 그렇게 나왔다."

결국 그 자리에 송전탑이 들어섰다. 정 할머니는 남편 윤여림(83)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대문 앞에서 산을 바라보면 송전탑이 보인다. 그는 여전히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 했다. 송전탑을 놓고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의 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세월도 그걸 이어 붙이지 못했다. 동네에서는 아직도 주민 간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불과 5㎞ 떨어진 거리에서 산불이 크게 났다. 윤 할아버지는 "송전탑 주변에 불이 나서 전선이 끊어지면 어쩌나 불안했다"며 "송전탑에 이상이 생기면 그 피해는 전국적으로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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