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뒤통수와 갈기가 보인다. 흥분한 말 숨소리도 들린다. 탕!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말이 빠르게 튀어나간다. 귀를 때리는 말발굽 소리와 바람 소리. 양 옆으로는 등에 기수를 태운 다른 말들이 달려 나간다.

한국마사회 경마방송 KRBC 채널에 업로드 된 자키캠 영상(youtu.be/Z9SKAjV6n3s)의 일부다. 자키캠은 기수(Jockey)의 모자에 액션캠을 부착해 기수 시점에서 경마를 체험할 수 있도록 촬영된 영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17일 부산경남경마공원 'KRA컵 마일' 대상경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으며, 이후로 부경의 '코리안오크스'는 물론 서울의 '코리안더비'까지 계속해서 활용되고 있다.

자키캠 영상을 본 경마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팬들은 "이렇게 실감나게 기수의 시선에서 경주를 체험해볼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아이디어다", "말과 기수가 이렇게나 모래를 많이 맞는지 몰랐다. 신선하고 재미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칭찬을 남겼다.

한국마사회는 스포츠로서 경마가 지닌 다양한 재미를 알리고자 자키캠 영상을 기획했다. 사실 경마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경주마만 힘들게 달리고 기수는 말 위에서 편하게 앉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 60km/h까지 달리는 경주마 위에서 엉덩이를 들고 등자에만 의지해 말을 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달리는 말이 뿌리는 모래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다. 기승 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동료 기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주고받아야 하며 말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전략과 기승술도 사용해야 한다. 자키캠은 이 현장감을 전달하기에 제격이다. 기수가 느끼는 속도감과 모래, 바람, 기합소리.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촬영 장비도 갖췄다. 사용한 액션캠은 초고화질 4K 영상에 흔들림 방지 기술이 탑재돼 있어 경주시 빠른 스피드와 흔들림 속에서도 수평이 유지된다. 오디오 역시 온보드 마이크를 채용해 웅장한 말발굽소리와 기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생생하고 또렷하게 전달된다.

경마의 색다른 즐거움을 전하기 위한 KRBC의 시도는 자키캠에서 끝나지 않는다.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서 경주를 촬영한 영상인 드론캠도 내놓았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경주 장면은 경마의 역동성과 긴장감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또, 말과 기수의 땀방울까지 관찰할 수 있는 슈퍼슬로우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 '코리안오크스' 대상경주에서는 마상馬上인터뷰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기수가 하마下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터뷰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우승기수가 말을 타고 주로를 걷는 동안 인터뷰가 진행되며 대형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경주 직후 현장의 열기를 톡톡히 느낄 수 있어 팬들의 반응이 좋은 콘텐츠 중 하나다.

기수, 조교사 등 말관계자들도 이런 새로운 시도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자키캠의 경우 착용하는 기수에게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대중에게 스포츠로서 경마의 재미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기쁘다는 입장이다. 자키캠이 처음 시도되었던 'KRA컵 마일' 대상경주에서는 카메라를 부착한 조인권기수가 추입으로 이변의 역전승을 차지해 자키캠이 행운의 아이템이 아니냐며 농담을 했다는 후문도 있다.

오는 26일 4시 20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제17회 부산광역시장배 대상경주가 개최된다. 이번 부산광역시장배는 현시점 한국 최고의 말들이 자웅을 겨뤄 9월에 있을 국제경주 '코리아컵'의 한국 대표마를 선발하는 경주로, 부경 최초로 KBSN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앞서 소개한 자키캠과 드론캠, 역동적인 슈퍼슬로우, 마상인터뷰 역시 다시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정성인 기자 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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