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학자 주축 연구팀
8개 지역 재생·복원 사례 소개
"로컬 튼실할 때 사회도 굳건"

올해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113곳(49.6%). 경남은 18개 시군 중 13곳이다. 70%를 웃돈다. 합천·남해·산청·의령·하동군 5곳은 고위험, 함양·고성·창녕·거창·함안군과 밀양·사천·통영시 8곳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단계다. 지수 0.5란 가임기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1조 원(올해는 7500억)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광역단체 25%·기초단체 75%에 재원을 배분한다. 정부가 이런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인구소멸 위기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최근 수년간 정부가 저출생 예산에 쏟아부은 규모를 고려한다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것 역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밑 빠진 독에 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런 고민에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해주는 책이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이다. 지금 일본이 10년 후 한국 모습이라고 하던가? 사회현상과 경제구조가 흡사한 두 나라가 겪는 지역소멸 위기는 시간 차만 있을 뿐 닮은꼴이다. 그래서 책 부제처럼 '지역과 미래를 되살린 일본 마을의 변신 스토리'를 눈여겨볼 만하다.

책은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만큼이나 시의적절하고, 내용도 알차다. 지방자치단체(또는 지방의회)가 선진사례 벤치마킹으로 국외연수를 자주 가는데, 코로나19로 중단된 국외연수를 대신할 만한 책이다. 특히 답사기 형태로 쓰여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읽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사회혁신융합전공 주임교수인 전영수 저자를 필두로 같은 대학 출신 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인구변화는 미증유의 새로운 시대 과제"라고 지적한다. 연구팀은 "도농격차는 인구변화의 원인이자 결과다. 지방소멸이란 말처럼 '농산어촌→수도권역'으로의 사회이동은 인구문제의 본질이자 원류"라면서 우선적인 해결현장은 농산어촌의 로컬 공간이라고 진단한다. '지방이 힘들수록 출산은 줄어든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는 인구 증가로의 전환보다 인구 감소를 줄이는 것이 초점이다.

▲ 후쿠이현 사바에시에서 열린 시민주역 마을 만들기 행사 모습. /갈무리
▲ 후쿠이현 사바에시에서 열린 시민주역 마을 만들기 행사 모습. /갈무리

연구팀은 "중앙→지방으로의 권한·예산 하방을 뜻하는 자치분권은 시대 흐름"이라면서 "지역사회도 정책의 대상이 아닌 재생 주체로 변신해야 한다. 지역 주도의 상향식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현장은 정책보다 한발 빠르며, 조용한 혁신으로 지역 복원에 성공한 일본 8개 지역을 소개한다. 연구팀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지역의 재구성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낸 모범지역을 조사해 최종 선정된 17개 기초지자체 중 한국사회에 적용·이식 가능한 8개 단위 현장을 집중 분석해 이야기로 엮었다. 연구팀은 이 지역 공간을 '명품도시'로 명명했다.

▲ 일본 이와테현 시와초 오갈플라자에 위치한 주민제공형 공공시설. /갈무리
▲ 일본 이와테현 시와초 오갈플라자에 위치한 주민제공형 공공시설. /갈무리

△방치된 산림자원으로 산촌자본주의라는 신모델을 제안한 '마니와' △차별공간으로 산골벽지에 사람이 찾도록 변신한 '시와' △주민 스스로 옛집을 리모델링해 돈 버는 '단바사사야마' △몰락 상점가를 일으켜 드라마틱한 반전 성과를 낸 '마루가메' △가진 것이 없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해 사진마을로 부활한 홋카이도의 산골마을 '히가시카와' △콤팩트시티(행정·상업·주거 등 생활기반이 되는 전체 시설을 고밀도로 모아놓은 이른바 압축도시)로 웃음 되찾은 '도야마' △청년 인재의 발칙함이 실현되는 혁신공간으로 일본 정부가 공인한 행복모델 '사바에' △소설 <나미야잡화점의 기억>의 무대로 유명했으나 파산선언과 함께 지역몰락 위기에서 심폐소생한 '유바리'를 다룬다.

연구팀은 "뿌리가 건강해야 열매도 알찬 법이다. 로컬이 튼실할 때 사회는 굳건해진다"며 "로컬의 미래는 밝고, 또한 미래는 로컬에 있다. 도시와 농촌, 인간과 환경이 공존·공생하는 로컬리즘은 강력한 트렌드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영수·김혜숙·조인숙·김미숙·이은정 지음. 라의눈. 528쪽. 2만 5000원.

/정봉화 기자 bong@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