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지방선거에선 정책선거가 아니라 후보나 가족들의 추문이나 의혹에 집착하는 네거티브 공방전만 거세어지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런 현실을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다 보니 만들어진 결과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합리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선거는 미래세대를 위해 좀 더 타당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기회여야 한다는 자명한 도덕률부터 상기한다면 문제의 원인을 한 번 짚어보아야 한다.

먼저 선거 국면에선 후보 간 비방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던지는 의혹 제기와 함께 완전한 거짓 주장마저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네거티브 선거방식을 저급하고 저열한 선거문화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만들어지고 향유되는 문화는 구성원들의 기호와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미 존재하는 선거문화는 관습이나 태도뿐만 아니라 의식과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 다수 구성원이 저급하고 저열한 선거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적 인기영합에 몰두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가 개인적인 치부나 도덕적 결함을 들추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하는 이유 역시 정치인들의 유치한 분란이나 다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문제의 원인을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라고 주장하는 걸 당연시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정치인은 내 탓이라고 하는 순간 대화와 타협을 넘어서서 양보와 항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정치란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제로섬 게임이라고 이해하는 한 사회적 의제나 사안마다 분쟁과 갈등만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편협한 정치적 이해만으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현실세계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봉합하고 조정하려면 양보와 협력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정치인들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즉, 정치는 상처를 덧내어 생채기만 만들 게 아니라 치유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수준 낮은 정치인의 양산은 정당의 무책임과 무능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사실부터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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