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분야도 투자 가치 큰 미래산업
청년예술인 지역서 먹고살 여건 마련을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들을 만났다. 뜻밖의 민원 고충을 털어놨다. 선거기간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몇 차례 진흥원을 방문하고 수시로 전화해 이것저것 문의한다는 것.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문화재단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통합을 공언해서다. 보수색 강한 대구에서 홍 후보 당선 가능성이 큰 데다 전적을 보면 밀어붙일 게 뻔해 재단이 미리 대비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홍 후보는 78.75%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재단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남 일 같지 않은 게 홍 당선자가 대구에서 "경남도지사 때는 말이야" 하고 있어서다. 그는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뜻을 내비치며, 2013년 경남문화재단·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경남영상위원회 3곳 통폐합을 자칭 모범사례로 들었다고 전해졌다. '채무제로'를 치적인 양 포장해온 그가 대구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할 모양이다.

경남 3개 문화기관 통폐합으로 탄생한 진흥원은 합천으로 이전했다. 홍 당선자 초등학교 모교 터다. 도심에서 외따로 떨어진 곳이어서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제기된다. 행정서비스 질이 떨어지니 지역문화예술인 사이에서 불평이 계속 나온다. 수요자 중심 정책 결정은 아니었던 것이다. 과정은 일방적이었고, 결과는 비효율이었다.

경남 문화예술 컨트롤타워인 진흥원의 졸속 통폐합 논란은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애초 목적이 다른 조직의 무리한 통폐합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조직 규모는 커진 반면 예산과 인력 부족이 현실이 됐다. 진흥원 사업 예산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째 동결이다. 통폐합 10년. 속앓이를 하면서도 경남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진흥원 처지가 답답하면서도 안타깝다. 김경수 전 지사가 '진흥원의 기능 정상화'를 공약하면서 청사 이전 논의 물꼬를 트는 듯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진흥원은 다시 한번 새 도지사에게 일말의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청사 이전 논의와 예산 확대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박완수 도지사 당선자는 '문화예술 예산 단계적 확대'를 공약했다. 경남도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예산이 0.6%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다. 지난 7일 구성된 '시작부터 확실하게 인수팀'에서 구체적인 공약 실천계획이 나올 것으로 본다.

너도나도 경제와 일자리를 강조하는 건 당연하다. 먹고사는 일은 중요하니까. 우선순위를 떠나 문화예술분야도 투자 가치가 큰 미래산업으로 접근할 때다. K콘텐츠와 문화분권 시대 아닌가. 문화가 있는 곳에 사람들, 특히 청년이 몰린다. 지역소멸을 막을 대안도 청년이다. 지역에서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축도 대부분 청년들이다. 청년예술인 국외 진출 지원도 좋지만, 지역에서 예술하며 먹고살 길을 찾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그러려면 문화예술 예산 확대부터 확실하게!

/정봉화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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