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등교 등 매순간 '벼랑 끝'
활동지원서비스는 턱없이 부족
사회적 고립·경제적 부담 가중
반복되는 비극 막을 대책 절실

반복되는 죽음은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몇 달 새 이어진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죽음이 그렇다. 돌봄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에 그들은 점점 고립돼 갔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떠안은 돌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짐작해보고자 발달장애 쌍둥이를 키우는 박윤화(35·창원시 마산합포구)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초등학교 2학년 발달장애 쌍둥이 아들과 9개월 된 딸을 키우는 박 씨의 하루는 전쟁과 같다. 쌍둥이는 보통 오전 7시 30분이면 눈을 뜬다. 하지만 새벽부터 일어나는 날도 적지 않다. 그런 날이면 박 씨도 하루를 의도치 않게 일찍 맞이한다.

일어난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준비하면 어느새 등교시간이 다가온다. 밥을 먹이는 것도 쉽지 않다. 박 씨가 잠시라도 한눈팔면 아이들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오전 8시 20분이 되면 아이들을 돌봐줄 활동지원사가 집으로 온다.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면 그제서야 박 씨는 한숨을 돌린다.

박 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는 현재 정부로부터 아이 한 명당 월 150시간(하루 5시간)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오전, 오후 나눠서 받고 있지만 개인 시간을 보내는 건 박 씨에게 사치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발달장애인 25만 5207명 가운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은 비율은 26.9%(6만 8807명)였다. 또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의 월평균 활동지원 시간은 약 110시간(하루 평균 3.6시간)에 그쳤다. 규정상 하루 최대 16시간을 받을 수 있지만, 신체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었다.

▲ 박윤화 씨가 8일 오전 발달장애 쌍둥이를 등교시키고 있다.  /박신 기자
▲ 박윤화 씨가 8일 오전 발달장애 쌍둥이를 등교시키고 있다. /박신 기자

박 씨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아이들을 보고 등급별로 시간을 부여하는데, 걸을 수 있거나 인지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우리 아이들은 걸을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누가 옆에서 봐줘야 한다. 결국 지원을 못 받는 만큼 돌봄은 부모 몫"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향하는 곳은 재활치료센터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말에 치료센터를 찾는다. 언어, 놀이, 작업, 미술, 물리치료 등 재활치료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이 아니고서야 회당 4만~5만 원 하는 재활치료를 종류별로 받기란 사실상 어렵다. 장애인복지관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대기 아동이 많아 이용이 쉽지 않다.

박 씨는 "아이들 밑으로 들어가는 돈만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된다. 남편이 일을 하고 있지만 홑벌이로 비용을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짧게라도 일을 해서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싶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박 씨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보낼 수 있지만 이후로는 마땅히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힘이 세져서 돌봄 부담도 배로 늘어난다. 또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아이들을 안 받아주는 시설도 있다. 결국 아이들은 집에 고립될 수밖에 없고 부모도 함께 힘들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아 부모들이 내 아이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시스템에서는 부모 없이 장애인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선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창원시지회장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신체 장애인에 맞춰져 있어 발달장애인 지원에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기준을 새롭게 만들고 24시간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말로는 발달장애인 지원제도를 살펴보겠다고 하는데 나온 건 아무것도 없다"며 "또 다른 장애인 가정의 비극이 되풀이되기 전에 정부가 부모들 외침에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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