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무소속 재선한 오 군수
지지하지 않은 군민 다독일 책임 있어

사상 유례없이 무소속 후보 3명이 맞붙은 의령군수 선거가 오태완 현 군수 당선으로 끝났다. 재선에 성공한 오 군수에게는 축하와 함께 의령을 한 단계 도약시킬 묘안을 기대하며, 함께 경쟁을 벌인 김충규·손호현 두 후보에게도 위로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돌이켜 보면 군민에게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만 남은 듯하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부터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오 군수 사건이 주요 이슈가 되면서 본 선거까지 군민을 갈라치기 하는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이슈화한 것은 김정권 예비후보였다. 김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자와 함께 경선을 치르는 것은 군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이후 오 군수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됐으나 사퇴한 김 예비후보가 당 윤리규정을 근거로 낸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고, 경남도당이 의령을 무공천 지역으로 확정함으로써 파장이 예견됐다.

실제로 가처분 결과는 예상보다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무소속 손 후보와 오 군수 양자 대결로 예상됐던 선거판이 애초 불출마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 김충규 후보가 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3파전이 됐다. 여기에다 선거 막판 비방전이 격화하면서 오 군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상대 후보 공격은 더욱 거칠어졌다. 손 후보는 '상대 후보가 부끄럽다'며, 또 김 후보는 '(오 군수가) 군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지 않는다'며 삭발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특히, 김채용·한우상 두 전직 군수까지 선거판에 끌어들여 이들이 오 군수 혐의를 문제 삼아 격한 발언을 쏟아내자 지역 어른으로서 볼썽사나운 처신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성추행 의혹'은 오 군수를 따라다녔고, 군민을 갈라치기 하는 소재로 쓰였지만 군민은 오 군수를 재신임했다. 하지만, 오 군수는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를 받았다. 득표율 47.36%로, 군민 100명 중 53명이 오 군수를 반대했던 만큼 그들 마음을 돌리고 군민을 화합시켜야 하는 과제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건을 취하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번 선거 승자는 오 군수이고, 따지고 보면 군민 갈등을 일으킨 원인 제공자는 바로 오 군수 아닌가? 지지하지 않은 53% 군민을 다독여야 할 책임 있는 당사자는 당연히 오 군수다. 재판 중인 사안도 유무죄를 떠나 오 군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행히 오 군수가 지난 1년간 보였던 '화합 의령' 결과물들을 많은 군민은 기억한다. 굵직굵직한 숙원사업 해결은 물론 이건희 박물관 유치에 전력을 쏟은 일이나 한전 의령지사 통폐합 방침에 군민 여론을 묶은 일들은 군민 역량을 한데 모은 좋은 예다. 오태완호 순항을 기대한다.

/하청일 자치행정부 부국장 의령·함안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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