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뿔테 안경을 끼고 관객 앞에 선 이진하 배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도 오늘 (<지도를 펼쳐라>를) 처음 봤는데 초반부터 제가 짜증을 많이 내더라고요. 평소에 짜증을 별로 안 내는 편이라서 (연기하는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웃음)"

희영 역을 연기한 이 배우가 작품 속 자신의 모습이 실제 성격과 다르다고 설명하자, 60여 명이 들어찬 극장에 웃음이 번졌다. 객석에서 박수와 킥킥 소리가 새 나왔다. 그와 함께 관객 앞에 선 제작진과 출연진도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사이로 웃음을 내보였다.

지난 3일 오후 진주 가좌동 롯데시네마 엠비씨네에서 2부작 웹드라마 <지도를 펼쳐라> 시사회와 관객과 대화(GV)가 열렸다. 경남과 서울에서 영화감독과 배우로 활동 중인 김록경 감독이 처음 제작한 웹드라마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지난해 11월 남해군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상영이 끝난 뒤 곧바로 김 감독과 이진하, 이지현, 강태우, 문선용 배우 등이 참석한 GV가 이어졌다.

극 중에서 이진하 배우는 영화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작가 하늘(이지현 분)과 함께 사무실을 낸 프로듀서 희영 역을 연기했다. 그는 좀처럼 시나리오를 써내지 못하는 하늘을 향해 연신 짜증을 내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낸다. 정현아 미디어센터내일 사무국장 사회로 진행된 GV에서 이 배우는 성격 얘기를 먼저 꺼낸 뒤 "1~2편을 찍을 때는 3~4편이 지금만큼 기다려지지 않았는데 오늘 완성된 걸 보고 나니 후속편이 엄청나게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께서 좋아해 주신다면 3~4편이 나올 수 있을 거다"라며 "많이 좋아해달라"고 덧붙였다. 객석에서는 "네"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나왔다.

1편(15분 10초)과 2편(18분 15초)으로 제작된 <지도를 펼쳐라>는 서울에서 남해로 떠난 작가 하늘(이지현)과 프로듀서 희영(이진하) 두 사람이 남해에서 보물을 찾고 있는 대학 선배 경훈(강태우)을 만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디아나존스> 같은 영화를 찍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가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경훈과 경훈이 가지고 있는 보물 지도를 빼앗으려는 제임스 곽(문선용) 일당 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드라마에서 그려진다.

▲ <지도를 펼쳐라> 속 한 장면. /갈무리

정 사무국장은 김 감독에게 보물섬이라고 불리는 남해에서 보물을 찾는 극 중 설정이 재밌게 느껴졌다며 "어떤 계기로 이야기를 풀게 됐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감독은 "삼천포에서 학교생활을 해서 남해가 보물섬이라고 불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입을 연 뒤 "남해에서 보물을 찾는 얘기를 하면 재밌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처음에는 어두운 소재를 먼저 떠올렸는데 그런 이야기 대신 밝고 유쾌한 내용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또 작품 연출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극 중 등장인물인 3인조 제임스 곽 일당을 가리켰다. 김 감독은 "만화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로켓단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무서운 악당보다는 엉뚱한 매력이 있고 허술해 보이면서도 유쾌한 매력이 있는 악당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곽 일당은 드라마 상영 내내 경훈이 가지고 있는 보물 지도를 빼앗기 위해 추격하는 모습으로 줄곧 등장한다.

이날 GV에서는 촬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지현 배우는 횟집에서 물회를 먹는 장면을 꼽았다. 회를 못 먹는다고 밝힌 그는 "물회를 앞에 둔 상태로 촬영이 끝났는데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하기 전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 앞에 놓여있던 물회 그릇이 비어 있었다"며 "옆을 봤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하 씨가 '언니 갈까요?'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그러자 정 사무국장은 "물회를 엄청나게 좋아하시나 보다"라고 이진하 배우에게 물었고, 이 배우는 "물회를 너무 좋아해서 다 먹어버렸다"며 웃었다.

30여 분간 이어진 GV가 끝날 무렵 김 감독은 추후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은 뒤 <지도를 펼쳐라> 후속편 제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부에 이어 바로 이어지는 뒷이야기 또는 1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 둘 중 하나를 정해 다음 시리즈로 만드는 걸 계획 중"이라며 "이야기를 더 확장할 수 있도록 기획안을 만들어서 준비해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도를 펼쳐라>는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씨웨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bit.ly/39abG0P)에 업로드돼 있다.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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