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기호 '가' 받은 후보 모두 당선
의정보다 공천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

"정당보다 정책과 인물을 보고 선택하겠다."

선거마다 유권자에게 후보 선택 기준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이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번 기초의원 선거에서 양산은 기호 '가'를 받은 후보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당선됐다. 2명을 뽑는 가 선거구에서는 4선에 도전한 김효진 국민의힘 후보가 경남 최연소 기초의원이 된 같은 당 정성훈 후보와 경남 최연소 재선 여성의원이 된 김혜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김 후보는 '2-나'였다.

나 선거구에서는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옮긴 정숙남 국민의힘 후보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경남 최연소 여성의원이 된 이묘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뒤를 이었다. 두 후보 모두 '가'였다. 3명을 뽑는 나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 4명 가운데 '나'를 받은 곽종포 국민의힘 후보는 3위로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선거에서 3명을 뽑는 마 선거구는 최선호 민주당 후보가 '1-가'를 받아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하는 이변을 낳았다.

또 다른 이변은 '2-나'를 받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2위, '2-가'를 받은 최복춘 후보가 3위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당에서 '나'를 받은 후보가 '가'를 받은 후보에 앞선 곳은 마 선거구가 유일하다.

바 선거구에서는 재선을 노리던 이장호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당 성용근 후보와 강태영 민주당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면서 낙선했다. 앞선 선거에서는 이장호 후보가 '가', 성용근 후보가 '나'를 받아 이 후보가 당선됐다. 현역 의원이었지만 '나' 징크스를 깨지 못한 셈이다. 사 선거구는 후보 4명 가운데 '1-나'를 받은 서상태 민주당 후보가 홀로 낙선했다. '2-나'를 받은 박일배 국민의힘 후보는 3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지역 최초 5선을 달성했다.

민주당 열풍이 불었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가'의 힘은 놀라웠다. 여야 할 것 없이 '가'를 받은 후보는 모두 당선됐고, '가'를 받지 못한 후보 가운데 민주당 임정섭(다)·최선호(나), 자유한국당 김효진(나) 후보 3명만이 비례대표를 제외한 당선자 15명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 간 정책과 공약은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 선거구별로 문제가 되는 민원은 비슷하고 숙원사업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마다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설 뿐 고민의 깊이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현역 의원조차도 기호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는 믿음을 버릴 수 없는 현실은 충실한 의정활동보다 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의 후보 선택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현희 자치행정부 차장 양산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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