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먹임 제어 못한 시스템은 폭주하게 돼
탄소 배출 이대로 간다면 환경재앙 폭증

간단한 사고실험을 하나 해보자. 20분마다 2개로 분열하는 세균이 있다. 큰 방에 배양액을 채우고 세균을 하나 갖다 놓는다. 만 일 년이 지나면 방에 병균이 가득 차게 된다고 할 때 균이 방의 반을 채우게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직감적으로 세균이 방의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데 많은 시간이 남았을 것 같지만 20분만 지나면 방은 세균으로 포화된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황을 '기하급수'라고 한다. '산술급수'에 익숙한 우리의 본능적 인지 체계와 잘 어울리지 않는 현상이다.

하지만 복리의 마법이 가능한 원리이며, 피드백(되먹임) 환경에서 작은 신호를 무한대로 증폭시키는 원리이기도 하다. 마이크와 스피커로 이루어진 되먹임 환경(공연장이나 회의실 등)에서 잡음을 신경질적 소음으로 증폭시키는 하울링 현상도 기하급수의 사례에 해당한다.

피드백은 생물학 시스템과 공학 시스템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어 왔다. 바람직한 목표를 정해 놓고 현재 상태와의 차이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조절을 유도해 원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이 진화시킨 되먹임 제어 기반의 생존전략을 예로 들 수 있다. 더울 때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흘리고, 추우면 체온을 올리기 위해 무의식적 근육운동을 통해 몸이 떨린다.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피부와 혈관이 수축되어 털이 꼿꼿해지고 소름이 돋게 되거나 몸을 웅크리게 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로봇의 자세 제어를 포함한 다양한 공학 시스템에서도 안정성 유지를 위해 빈번히 활용되는 전략이기도 하다.

체온 유지에 실패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것처럼 되먹임 제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스템은 앞서 예시한 하울링처럼 항상성을 잃고 폭주하는 '특이점'을 경험하게 된다. 적절한 제어 변수를 조율하여 기하급수적으로 폭주하는 특이점을 회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폭주하는 방향으로 되먹임을 제어하기도 한다. 초고주파 발진기나 레이저의 경우가 그러한데, 잡음 수준의 작은 신호를 선택해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 이득이 무한대로 증가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지구의 따스한 보살핌 속에 진화한 인류는 화석연료 소비를 통해 '인류세(世)'를 열었다. 다른 동물처럼 지구 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던 존재에서 탈피하여 지구 환경에 유의미한 되먹임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다. 50여 년 전에 한 여고생이 지었다는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라는 환경표어는 인간과 자연의 되먹임 관계를 잘 잡아낸 명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의 생태용량을 분석하여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평균기온 상승 수치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로 제시한 바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특이점에 도달할 경우 홍수, 가뭄, 폭염 등 각종 환경 재앙의 위협이 폭증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독일 기후변화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1.5도를 향한 탄소시계는 7년여가 남는다고 한다. 기후위기를 향해 마구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기하급수는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한' 변화다. 폭주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변화를 실감하기 어려워, 앞서의 사고 실험처럼 심리적인 여유를 갖게 하는 인지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목전에 임박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급격한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의 절반이 10년 이내로 전기화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탄소중립' 전기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한성태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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