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부모·입양가정지원센터장 저자
입양인·생부모·입양 부모 주체 중심
현실적 문제 들여다보며 대안 모색

가족이란 한 가지 모습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꼴을 가진 공동체가 있고 '정상가족' 틀을 깬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존재한다. 입양가족도 그중 하나이다.

'모두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입양이란 어떤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입양부모 중심의 입양이 아닌 '아동이 경험하는 입양'이라는 관점에서 입양의 세 주체를 입체적으로 살핀다. 여기서 세 주체란 성인이 된 입양인, 생부모, 입양 부모이다.

글쓴이 이설아는 신생아 입양, 큰 아이 입양, 개방 입양을 통해 세 아이와 가족이 되었다. 2015년 입양 사후 서비스 기관인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처음으로 '입양 삼자 자조모임'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국내 입양가정 통합서비스를 통해 입양 이후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가 말하는 입양에는 성공이냐 실패냐가 없다. 평생 한 가족이 되는 여정이다.

"입양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행복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인 동시에 보통의 부모가 경험하지 않아도 될 고민과 과제에 도전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입양은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가족, 엄마와 아빠,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게 하고, 관계가 핏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한편 아이의 입양 전 역사와 출생 가족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안타까움, 공개 입양으로 맞닥뜨리는 여러 곤란한 상황, 뿌리 찾기와 재회에 관한 두려움도 함께 건넨다."(37쪽)

책은 무엇보다 '나로 자랄 권리'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자라는 입양 아동이 많다.

"자신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거나, 자신의 고유함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주어진 것을 그저 받아들이기에 바쁜 아이는 자기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가족의 완전한 연결을 위해, 입양 가정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제가 있다. 입양 사실을 이야기한 뒤 시간이 흐를수록 입양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부모와 달리 아이는 자랄수록 '입양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해한다."(97쪽)

입양의 여정이 분리와 연결이라면, 그동안 주목받은 이야기는 '연결'에 집중된 현실이다. 입양인의 생애주기를 놓고 보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연결에만 집중된 제도와 정책 탓에 '분리'는 섬세하고 따뜻하지 못한 점이 많다.

"입양은 아동의 과거를 깨끗이 지워 새로운 가정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모든 역사를 잘 보존하여 새로운 삶 속에서 통합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껏 입양 문화는 입양 아동의 '새 출발'을 위해 과거를 묻어 두는 편이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에 생부모로부터 받은 물품이나 기록물을 입양 가정으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188쪽)

많은 입양인이 자신이 생모로부터 어떻게 분리되었는지, 나를 위해 남긴 기록은 없는지, 나에게 들려 보낸 작은 물품은 없었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이 대표가 있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는 2019년에 입양 아동의 생애 상자를 만들었다. 결국 분리 과정을 인권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생부모가 보인다. 아이의 양육을 포기했다고 해서 아이를 떠나보내는 순간이 고통스럽지 않을 리 없는 아픔도 공감 받고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그는 개인의 입양을 넘어 모두의 입양을 그린다.

"삶으로 들어온 입양은 아름답거나 매끈하지 않다. 박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당사자의 욕구가 뒤엉키고 풀어지는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입양은 더 많은 면에서 이해받아야 하고, 실제가 알려져야 하며 다양한 방면의 자원이 들어와 함께 가꿔 나가야 한다. '삶으로서 입양'을 어떻게 안전하게 인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것, 그렇게 개인의 입양을 모두의 입양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믿는다."(218쪽).

생각비행. 220쪽. 1만 5000원.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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