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노래한 〈간이 맞다〉 출간

2006년 <시조와 비평>으로 등단한 김민성 시조시인이 등단 16년 만에 첫 시조집 <간이 맞다>(사진)를 펴냈다. 김 시인은 이 시조집을 내면서 "더 이상/ 미루었음을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하여, 오늘/ 참 기쁘다"고 감회를 책 첫머리에 앉혔다.

책 제목으로 뽑은 '간이 맞다'는 삶을 요리에 비유한 시조다. 간이 잘 맞는 것은 잘 살아왔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일은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 거여/ 막 끓어오르는 가마솥 분주하다/ 사십 년 마주한 눈빛 허공에서 마주친다// 넘치지 말아야 해 장작불 숨 고르면/ 아차 순간 눌고 만다 주걱에 힘이 가고/ 엉겨서 단단한 그 삶 간이 잘 된 손두부다// 잘 산다는 것은 서로 간을 맞추는 것/ 당기고 놓으면서 간격을 섬긴 후에/ 시간이 엉켜서 내는 그 너머의 맛이 된다"('간이 맞다' 전문)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김 시인의 첫 시조집에 대해 "삶에 대한 온정과 격정을 균형적으로 담고 있는 정형 미학의 오롯한 산물"이라고 평했다. 그의 시조들은 "삶과 사물이 그려내는 고유한 기억의 파동을 통해 수직적으로는 자신의 기원을 발견하고 수평적으로는 자신의 존재 방식을 규율하는 타자들과 소통해나간다"는 것이다.

"바위 속 고래들이/ 힘차게 뛰어오른다//사내가 어깨에 멘/ 흰 파도 춤을 추고// 잠겼다/ 치솟는 선사/ 때로 햇볕 흥겹다"('부활-반구대 암각화의 봄' 일부) 하며 시인은 암각화 그림을 계기로 환상을 즐기기도 한다.

김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팝시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금알. 109쪽. 1만 5000원.

/정현수 기자 dino999@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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