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상대 후보 근거없는 '갈라치기'
당선 땐 교육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오늘은 지방선거일이다. 선거운동을 무사히 마친 후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우편으로 배송된 선거공보물을 들여다보았다. 후보는 대부분 정당 공천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그 정치적 역량과 전망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지만,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관여하지 않으므로 후보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부지런히 교육감 후보들 공보물을 먼저 읽게 되는 이유다.

이미 거리의 현수막에 적힌 관련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란 바 있지만, 어느 후보 공보물의 모든 문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을 특정하여, 갈라치기 정치와 편견의 정치, 그리고 혐오 정치의 추세에 오염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오늘이 2022년인지 아니면 여전히 1980년대인지 혼란스러웠다. '전교조 교육감 8년간 이런 일이!'라는 문구를 공약마다 머리말로 달면서 선정적 언어의 나열과 갈라치기에 이어, 급기야는 혐오의 끝판왕인 '좌파 교육'이라는 단어를 등장시켰다.

나로서는 그 상대 후보가 왜 '전교조 교육감'이라고 불려야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보물을 아무리 읽어도 이에 관한 충분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일방적 판단이며, 더욱이 매우 감정적 어조 일색인 전형적인 편견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은 차별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 교원을 '전교조'와 '전교조 아닌' 집단으로 분리하는 일종의 갈라치기다. '전교조 교육감'이라는 판단에 적합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탓에 오직 갈라치기에서만 그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편견은 자신감 부재에서 나오기에 혐오와 증오의 정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편견은 대체로 '타자를 싫어하는 감정'이어서, 타자를 욕하거나 공격하는 등 증오를 드러내는 다양한 행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선거운동 차원의 편견과 혐오에 불과하지만, 만약 당선으로 이어져 권력작용이 일어나는 경우 차별과 증오의 현실화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와 증오가 실제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헌법'의 정신은 여지없이 흔들리게 된다. 헌법은 제31조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엄정히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역시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할 방편으로 교육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에 대한 편견, 차별, 혐오 등으로부터의 차단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방파제다.

기왕에 헌법재판소 언급을 절반만 빌려 말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교육이 특정 정파적 이해관계나 영향력으로부터 떨어져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교육은 응당 정치권력의 간섭을 거부해야 하며 동시에 교육이 정치권력에 영향을 줘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방교육자치가 헌법에서 보장되는 시대임을 명심한다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정치권력의 세속적 이미지를 빌려오는 하수를 쓰거나 차별과 편견을 정치적으로 포장해 교육의 눈과 귀를 막는 악수를 써서도 아니 된다.

현수막이나 선거공보물에서 노골적으로 혐오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전교조는 많은 교원노조 중 하나이고, '교원노조법'에 따라 사용자인 교육감과 단체교섭을 하며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참담한 교육 현실 아래에서 강요된 침묵을 깨고, 꼭두각시의 허무한 몸짓을 그치기 위해' 일어선 이들의 '교육민주화선언'(1986.5.10.)을 기억하는 나는, 이들을 훌륭한 교육자의 전형으로 삼으며 오늘을 살고 있을 뿐이다.

/고영남 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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