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가족 합동 추모
돌봄·주거보장 등 권리 요구

"요즘 우리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애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지?'라고 묻습니다. 자기 때문에 엄마가 나쁜 생각 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 하는 얘기입니다. 더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루빨리 정부에서 발달장애인 돌봄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31일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경남 분향소를 찾은 박선임 씨는 흐느끼며 호소했다. 분향소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에서 마련했다. 경남지부는 지난달 23일 극단적 선택을 한 장애 가족을 추모하는 합동 추모제도 같은 날 열었다. 박 씨처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도내 부모 30여 명이 함께했다.

분향소는 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1층 사무실 입구에 차려졌다. 이들은 장애인과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를 확보하고자 사십구재가 열리는 7월 10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하고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배선희 장애인부모연대 창원지회장은 추모발언에서 "아이는 커 가는데 부모들은 자꾸만 늙어간다. 발달장애인 특성상 돌봄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정부에서는 돌봄 체계 뿐만 아니라 노동·교육 권리 보장에도 힘써야 한다. 아이들이 부모 없는 세상에서도 인간다운 기본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는 투쟁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발달·중증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정부와 지자체를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장애인 부모 556명이 삭발하고 4명의 부모가 15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며 "하지만 발달·중증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여전히 되지 않았고 장애 가족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떠나간 고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투쟁하겠다"면서 "아이를 두고 죽을 수 없다는 부모들의 부르짖음을 더 크게 외치겠다"고 밝혔다.

추모제를 찾은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국가가 발달장애인 돌봄을 가족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인재이자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발달장애인 주거보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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