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중 문단 현실에 맞서
지역 작가 릴레이 창작 활동
두 번째 공동 작품집 발간

올해 초 '시골시인K'에게서 창작기금을 지원받은 제주의 '시골시인J'가 시골시인 이어달리기 두 번째 시집 <시골시인-J>(사진)를 냈다. ▶1월 10일 자 1면 보도

<시골시인-J>에는 4명의 제주 시인이 참여했다. 허유미·고주희·김애리샤·김효선. 애초 5명이 함께하기로 했지만 사정상 1명이 빠졌다.

김효선 시인이 '여는 글'에서 시골시인 이어달리기를 하는 감회를 밝혔다. "무엇을 향해 가는지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이어달리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함께 달린다면 바통을 넘겨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보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선에서 다른 선으로 옮겨 갈 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자신이 가진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무던히도 용을 쓰게 된다."

1부 '여길 다녀간 적이 있다'에는 참여 시인이 각 2편씩 대표작을 실었고, 2~5부는 시인들이 쓴 12편의 신작과 산문으로 구성했다.

2부 허유미 시인은 '상처가 몸의 중심이었다', 3부 고주희 시인은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자장가를 구워', 4부 김애리샤 시인은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시들어 갑니다', 5부 김효선 시인은 '사랑하면 불안은 어느 쪽으로 가든 만나는 나이테 같아'라는 제목을 붙였다. 시집 끄트머리에는 바통을 넘기고 해체됐던 시골시인K 시인들의 짤막한 감회를 덧붙였다.

유승영 시인은 허유미 시인을 '물의 속살을 알고 있는 시인'이라고 평가하고 "어떻게든 삶이 흘러가듯 그곳으로부터 스며들고 섞여서 끝없이 미로이며 끝없이 무의식으로 흘러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수진 시인은 고주희 시인 시를 두고 '끊임없이 주파수를 던지는 암호'라면서 "휘슬 레지스터, 슈, 페이스트리, 가드 망제, 로이 하그로브, 메시아, 모디카, 블루 툰베르기아로 이어지는 그의 관심사를 살펴보면 독일에서 귀국 후 헤르만 헤세, 하인리히 뵐, 에리히 캐스트너, 루이제 린저 등의 작품을 번역하는 데 온 열정을 쏟아 붓던 전혜린이 연상된다"고 평가했다.

▲ 지난 1월 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공유공간에서 시골시인K가 시골시인J에게 창작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1월 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공유공간에서 시골시인K가 시골시인J에게 창작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서형국 시인은 김애리샤 시인이 인천 교동도에서 제주도로 삶의 거처를 옮긴 일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뭍으로 일컫는 육지와 섬의 경계를 바다로 기술했지만 반대로 경계란 말이 한낱 인간이 그어 놓은 상념적 족쇄일 뿐이라는 것도 이번 공동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필 시인은 김효선 시에 대해 "감정의 항해, 뒤엉킴으로써 물길이 열린다"고 평하며, "K로부터 떠난 말이 J에게로 가닿아 하나의 물길이 되기까지 나도 내 안에서 푸른 섬을 끌어올린다"면서 "오소록하게 섬의 윤곽이 돋아 올 때 우리는 이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고 안도감을 드러냈다.

김효선 시인은 29일 통화에서 "아직 후속 시골시인이 정해진 건 아니다. 하지만 곧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골시인 이어달리기 프로젝트는 창원 출신 성윤석 시인이 젊은 시인들로 구성된 시골시인K에게 창작기금을 후원하면서 시작됐고, 서울에 집중되는 문단 현실에 맞서는 결기에서 비롯됐다.

/정현수 기자 dino999@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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