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철 대표 경남 콘텐츠 반해
김해 이전·지역소재 작품 제작
수준 높아진 웹툰 독자층 겨냥
기획만 1년…작가 5∼6명 투입

㈜피플앤스토리는 국제 웹툰 플랫폼에서 종합 웹툰 1위, 실시간 1위를 기록한 웹툰 <세이렌>을 배출했다. 이 기업은 김해시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본사를 둔 웹소설·웹툰 제작과 국내외 콘텐츠 유통 전문기업이다. 2014년 서울에서 기업을 키워오다가 2020년 김남철(53) 대표와 직원 4명이 김해로 오면서 본사를 이전했다. 피플앤스토리 본사는 현재 48명 직원이 함께한다. 경남 지역 유일한 '웹소설·웹툰 생산·유통' 기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피플앤스토리는 경남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까. 24일 피플앤스토리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경남에서 가능성을 느꼈다 = 피플앤스토리가 김해로 본사를 이전한 목적 중 하나는 지역 상품 웹툰화였다. 김 대표는 진주성, 남해 독일마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김해와 창녕으로 퍼진 가야문화, 진해 군항제 등 풍부한 관광산업이 있는 경남에 끌렸다. 피플앤스토리는 지난해 11월 김해시와 웹툰<수로의 비>를 제작하기도 했다.

▲ 피플앤스토리에서 제작한 웹툰 <수로의 비> 포스터.  /김해시
▲ 피플앤스토리에서 제작한 웹툰 <수로의 비> 포스터. /김해시

김 대표는 "지역 대표 캐릭터를 상품화해서 지역 농산물, 지역 대표 상품과 결합하면 지역을 알리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웹툰·웹소설이 지역이라고 해서 한계를 갖는 산업은 아니라고 했다. 김 대표에겐 오히려 지역이 웹소설·웹툰을 발전시키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서울은 유사 업계와 과도한 경쟁으로 자체 웹툰, 웹소설 산업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 관광 인프라와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 공간 조성에는 정책적 지원도 어렵다"고 말했다.

▲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는 2020년 본사를 서울에서 김해로 이전했다. 현재는 김해 관동동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있다. /주성희 기자
▲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는 2020년 본사를 서울에서 김해로 이전했다. 현재는 김해 관동동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있다. /주성희 기자

김 대표는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로 바뀐 동네를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김해시 율하 카페거리에서 웹툰 축제를 열고자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웹툰과 메타버스(Metaverse)를 연계할 것이다. 웹툰과 음악이 흐르는 문화거리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웹툰 문화 거리를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어우러진 사이버 공간으로 구축해, 김해를 관광지로 거듭나게 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지역 경제, 상권, 청년취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피플앤스토리에서 제작한 웹툰 <세이렌> 포스터.  /피플앤스토리
▲ 피플앤스토리에서 제작한 웹툰 <세이렌> 포스터. /피플앤스토리

◇기획에서 첫 삽 뜨기까지 1년 = 피플앤스토리의 제품은 웹소설과 웹툰이다. 웹소설은 작가별로 주기가 다양하지만 보통 한 작가가 1년에 두 작품 정도 발표한다. 웹툰은 그림 60장이 한 회 분량이다. 작가들은 일주일에 한 회씩 웹툰을 내놓는다. 2년 정도 연재하는 게 전체적인 작업 흐름도다.

피플앤스토리는 작가가 땅에 씨앗을 뿌릴 때부터 연재를 마칠 때까지 함께한다. 소설 기반이 아닌 웹툰을 제작할 때, 기획기간만 1년이 걸린다. 기획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전보다 수준이 높아진 독자층 때문이다. 작가가 주제와 내용을 떠올렸다고 해서 무작정 진행하지 않는다. 인물구성부터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을 제작자(PD)와 상의하고 협력해 구축해나간다. 특히 작품 초반에 독자층을 확실하게 해야 해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김 대표는 "웹툰 산업 전반적 경향, 시대 모습 그리고 주요 독자층인 15~25세 여성이 선호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1년 사이에 경향성이 변하면 기획 내용을 바꿀 정도로 민감하게 작업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 중 특히 피플앤스토리 기를 살려주는 웹툰은 <죽음 대신 결혼>과 <세이렌>이다. 이 두 작품은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 피플앤스토리에서 제작한 웹툰 <죽음 대신 결혼> 포스터.
▲ 피플앤스토리에서 제작한 웹툰 <죽음 대신 결혼> 포스터.

<죽음 대신 결혼>은 카카오페이지에 발표하는 날 로맨스 웹툰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독자층의 관심을 붙잡았다. 웹소설 작가 '도개비' 소설을 웹툰화한 노블 코믹스(Novel Comics)다.

웹소설과 웹툰은 바쁜 현대사회 속에 지친 이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전달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도 하고, 환상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웹툰을 즐기는 문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웹소설과 웹툰은 굉장히 빠른 요즘 문화 습성을 닮았다. 순수문학이 서사와 묘사가 많았다면 장르소설은 바로 본론부터 시작한다"면서 "독자가 웹툰 한 회를 보는 데 1분에서 길면 3분 정도 걸린다. 빠르게 보고 흡수하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도 빠르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소통이 제일 중요 = 웹툰 작가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60장이 되는 그림과 이야기를 조밀조밀하게 구성하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앞서 말했던 빠르게 소비하는 스낵컬처(Snack Culture)의 특성상, 양과 질을 보장하는 작품을 제공해야 한다.

웹툰은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중심작가, 작화작가, 배경과 후보정 담당 등 총 5~6명 작가가 팀을 꾸려 작품을 탄생시킨다.

현재 피플앤스토리는 50개 작품을 연재 중이다. 피플앤스토리에 소속된 작가가 300명 정도 된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도 있지만 경남 작가들도 점점 늘고 있다.

최대한 지역 인력을 채용하고 지역 웹툰 인재를 키워내고자 한다. 김해 본사 직원 48명 중 절반은 지역 인력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서울·경기 인력이 경남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경남으로 온 청년, 인력을 지원하는 체제가 부족하다. 청년이 경남을 떠나지 않도록 수도권에 밀집한 인재를 경남으로 오게끔 하는 매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플앤스토리는 인력난을 없애고자 경남 지역 대학교 웹툰학과 신설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문성대학교 웹툰학과다. 웹툰학과를 졸업하면 웹툰 작가뿐만 아니라 웹툰 산업 종사자로도 취업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또 2억 원 규모인 '최강웹툰공모전'으로 숨어있는 인재를 발굴해낸다. 공모전으로 작가들이 경남 김해로 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셈이다. 최강웹툰공모전은 올해로 3회를 맞이한다. 매회 500명 이상 작가가 응모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모전 우승자 작품은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며 국외 플랫폼에 출간된다.

피플앤스토리는 올해 매출 200억 원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리고 장기 목표 또한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경남을 K툰(toon) 산업 거점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미 피플앤스토리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10개 이상 국가로 웹툰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선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웹툰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또한 경남 애니메이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게임, 영상화 기업과 융합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경남 콘텐츠 연관 자산으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 3년 내에 IPO(기업공개)하는 것도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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