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 등 선거비용 부담 크고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구조
청소년 정치 참여 기회 늘리고 신인 키울 제도적 장치 필요
정당 내부서 대안 세력화 등 청년 스스로 조직하고 변화해야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청년 정치인' 범위는 넓다. 더불어민주당은 만 45세, 국민의힘은 만 44세로 청년 정치인을 가른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도내 193개 선거구에 총 668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10명, 30대 30명, 40대(40∼45세) 신인은 28명으로 나타났다. 2030대 청년 정치인은 5.9%(40명)다.

경남 지역 청년 정치인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제도와 정당 구조, 젊은 세대 정치 참여 저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정치 진입장벽을 낮추고 청년 정치인의 유입을 유도할 수 있을까.

◇청년 정치인의 고충 = 지방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한 청년은 출마를 고민했지만, 선거 비용 문제가 걸렸다. 그는 "나중에 선거 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빚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선거 비용을 보전받긴 하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선거에 떨어져도 10% 이상 득표율을 얻으면 선거 비용 절반, 15% 이상 득표율을 얻으면 전액을 돌려받는다.

후보 등록을 위해 내야 하는 기탁금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에서는 청년 후보자에게 기탁금 일부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선거는 말 그대로 도전이다.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구조적 문제도 남아있다. 거대 양당은 청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공천까지 이어졌는지 의문이다.

지역에서 정당 활동을 하는 한 청년은 경선에서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경선까지 오르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천에서 지역위원장 입김이 세다 보니 지역 정치권에 오래 있었던 기성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청년 정치인이 밀릴 수밖에 없다"며 "경쟁이 안 되는 싸움이란 생각에 출마를 결심하는 청년도 적어서 당마다 공천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년 정치인 진입장벽 낮추려면 = 청소년 정치 참여도 늘릴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부터 정치 활동을 경험해야 젊은 세대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청년 정치인 진입으로까지 연결된다.

대통령 선거에서 만 18세부터 선거권을 얻게 됐으나 이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당 가입 연령도 만 16세까지 낮아졌지만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공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는 "청소년 정치 참여나 선거 등이 활성화되고 사회적으로도 보장된다면 더 젊은 사람들이 정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사람이 대표자가 되는 건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사람들 삶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의 정치 진입은 정책결정과정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유의미하다. 이런 점에서 공 활동가는 더 많은 청년의 정치 진입에 동의하지만 단순히 청년 정치인 당선으로 무언가 달라질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결국 '어떤 사람이 당선되느냐'가 중요하다.

홍재우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청년 정치인이 정당 내부에서 대안세력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청년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청년 스스로 조직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며 "정당 내부에서의 세대교체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청년 정치인이 청년 문제만 가지고 싸우면 스스로 한계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며 "청년 문제 해결을 전략적인 무기로 삼으면서도 다른 사안에 의견을 내고, 세력을 모아 정치권에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 정치인의 질적 향상이 관건이다. 30대 청년 정치인 ㄱ 씨는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여성과 청년 지방선거 후보를 30% 공천 할당하라고 했으나 각 지역위원회는 여성과 청년 후보 찾느라 힘들었다"며 "청년 정치인의 질적 향상보다 양적 향상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 때가 되면 청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미리 길러내는 과정이 없어 준비가 안 된 청년 정치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정당 생활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 경험이 풍부한 청년 후보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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