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도전장…민주 6명 최다
본인 경차로 유세·SNS 홍보
청년 비전·공약 제시 활발
"편견·한계 극복" 당찬 포부

최근 '청년정치'가 화두가 됐다.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경남에서도 1990년대생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다. 1990년대생이 경남 지방의회 문턱을 처음 넘은 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처음이다. 당시 만 28세로 1990년생 신상훈 경남도의원(비례)과 이현우 밀양시의원이 당선됐다.

4년이 흐른 이번 선거에는 90년생부터 99년생까지 고루 등장했다. 후보자 수도 늘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6명으로 가장 많고, 국민의힘 3명, 정의당·진보당 각 1명이다. 성별은 남성 7명, 여성 4명이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진형익(30) 더불어민주당·창원시 비례대표, 정주원(24) 진보당·창원시 비례대표 △도의원 선거-윤준영(28) 국민의힘·거제시제3선거구 △시·군의원 선거-성보빈(30) 국민의힘·창원시바선거구, 이소정(25) 정의당·창원시바선거구, 최지원(24) 더불어민주당·진주시바선거구, 전종현(29) 더불어민주당·진주시나선거구, 이현우(31) 더불어민주당·밀양시라선거구, 정성훈(22) 국민의힘·양산시가선거구, 이묘배(29) 더불어민주당·양산시나선거구, 김태호(28) 더불어민주당·하동군라선거구 등 11명의 90년대생이 청년정치를 꿈꾸며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소속 정당은 달라도 이들은 내가 사는 동네를 바꾸고 싶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11명의 청년 정치인 도전이 경남 정치판을 젊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까.

▲ 최지원 더불어민주당 진주시바선거구 후보. /최지원 후보 캠프
▲ 최지원 더불어민주당 진주시바선거구 후보. /최지원 후보 캠프

◇유세는 경차, 홍보는 인스타그램 = 아침부터 소리 지르고, 명함을 뿌려대고. 선거철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정주원(진보당·창원시 비례대표) 후보는 그 점을 노려 지친 시민들에게 응원이나 용기를 전해줄 방법을 고민하다, 진보당 청년당원과 함께 길거리 버스킹 유세에 나서고 있다. 또 동네 쓰레기를 줍는 줍깅을 하면서 지역 주민과 직접 만나 대화도 하고, 정책 고민도 한다. 정 후보는 "지역 청년에게 선택지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청년의 목소리를 키워서 정치권까지 닿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0년식 경차는 파란색 선거 유세 차량으로 바뀌었다. '미래를 위한 확실한 선택'이라고 쓰인 홍보판도 매달았다. 최지원(더불어민주당·진주바선거구) 후보는 1300만 원이 드는 선거 유세 차량 대신 자신이 타고 다니던 경차를 쓰고 있다. 최 후보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 후보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 일상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해서 공감을 얻고 '좋아요'를 받는 것"이라며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보빈(국민의힘·창원시바선거구) 후보는 안전모를 쓰고 출근 인사에 나선다. 성 후보는 "아버지가 노동을 하며 저를 키우셨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창원시민 권리와 안전,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퇴근길에는 유권자를 향해 큰절도 올린다. 손바닥, 무릎이 까질 때도 있지만, 젊음은 겸손함으로도 연결된다. 성 후보는 "누군가의 손자이자, 딸이라는 마음으로 항상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 정성훈 국민의힘 양산시가선거구 후보. /정성훈 후보 캠프
▲ 정성훈 국민의힘 양산시가선거구 후보. /정성훈 후보 캠프

◇'젊음'이 곧 경쟁력 = 성 후보는 '청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공보물에도 '청년, 성보빈의 꿈. 다시, 창원은 봄'이라는 문구를 넣었고 청년 공약을 가장 위에 배치했다. 그는 청년네트워크와 경남청년센터 활성화, 청년기본조례 재개정, 지역 대학 출신 일자리 연계 사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태호(더불어민주당·하동군라선거구) 후보는 2030세대가 아날로그를 시작으로 기술 격변기를 모두 겪어 왔기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성 정치인에게 빅데이터, 블록체인, 바이오에너지 등 차세대 기술 트렌드를 물어보면 어떤 답변이 돌아오겠느냐"라며 "마을 이장이 할 수 있는 일을 군의원이 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린 거 아니냐고 하셨는데요. 이제는 젊은 피가 들어와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패기와 노력이 청년 정치인의 장점으로 두드러지는 거 같아요." 정성훈(국민의힘·양산시가선거구) 후보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지역민을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지역 유권자들에게서 너무 어리다는 편견을 마주했으나, 점점 믿음을 보내주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 후보는 스스로 '청년 전문가'라 칭했다. 이는 청년 문제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일자리와 주거 문제 등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주거, 저출산 문제 등에서 청년 정치인이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지역 사회에 중장기적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 이소정 정의당 창원시바선거구 후보. /이소정 후보 캠프
▲ 이소정 정의당 창원시바선거구 후보. /이소정 후보 캠프

◇"청년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 =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를 하지 않은 신인이 많잖아요. 그렇기에 그간 사람들이 정치권을 불신하고, 정치혐오를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지역 정치 하라고 지역 일꾼 뽑아놨더니 중앙정치로 가고, 선거철 지나면 보이지 않는 모습들 많이 봐왔잖아요." 이소정(정의당·창원시바선거구) 후보는 청년 정치인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 정치인이 청년 문제에만 강점이 있고, 노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을 거 같은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한계로 꼽았다.

이 후보는 "청년 정치인이란 프레임에만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며 "청년, 여성이라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극복하고 보통의 정치인과 다를 거 없이 정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주원(진보당·창원시 비례대표) 후보는 청년 정치인이 겁을 먹으면 스스로 한계를 짓는 거라 말했다. 그는 "당선되리란 확신도 없어서 저도 처음에 선거 도전이 두려웠다"며 "그러나 지방 청년에게 선택지가 없고,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정치권에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주원 진보당 창원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정주원 후보 캠프
▲ 정주원 진보당 창원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정주원 후보 캠프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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