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19일 함안서 공연
김해·거제·통영·밀양 고교
〈방과 후 앨리스〉 등 6편 선봬
사회 모순·또래 걱정 다뤄

'제26회 경남도 청소년연극제'가 다음 달 13일부터 19일까지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매일 오후 3시에 시작한다. 이번 연극제에는 김해·거제·통영·밀양 4개 지역 6개 고등학교가 참가해 6편을 선보인다. 청소년기 고민과 걱정, 사회구조, 학교폭력 등을 다룬 작품들이다.

◇청소년 시점에서 본 미래와 꿈 = 통영 동원고교 연극반 '맥가이버'는 <방과 후 앨리스>(김나정 작·차다연 연출)를 출품했다. 청소년 고민 상담소 '방과 후 앨리스'를 운영하는 고현과 남열이 상담 과정에서 만나게 된 또래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내용을 그린다. 따돌림, 부모님과 갈등, 청소년 임신 등 친구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내고자 함께 고민한다. 차다연 연출은 "청소년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내용"이라며 "각각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이 이야기로 위로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 율하고교 연극반 '유벤타스'가 선보이는 <미래주식회사>(공동창작·노태주 연출)는 현재와 미래를 소재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청소년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수가 꿈인 새인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는 엄마 성화에 좌절한다. 그는 미래를 보여주는 회사인 '미래주식회사'를 찾아간다.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대표와 직원, 미래를 보여주는 기계가 있는 이 회사에서 새인은 자신의 미래와 마주한다. 노태주 연출은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게 아니라 의지대로 살아간다"며 "이 작품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또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미래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해 삼문고교 연극반 '플레이타임'의 <내비: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예진 작·연출)은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열여덟 살 보경·운유·인영 세 사람의 이야기다. 보경은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걱정이 많다. 운유는 소심한 자신의 성격, 인영은 학교 성적 문제로 고민한다. 체육교사 강희는 자신과 지인들의 열여덟살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을 위로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예진 연출은 "이 연극은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 선배로서 후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누군가의 인생 후배로서 우리 선배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면 좋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선배는 새로운 시작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다. 누군가의 선배인 자신이 주변에 도움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 김해 율하고 연습 장면. /청소년 연극제 집행위원회
▲ 김해 율하고 연습 장면. /청소년 연극제 집행위원회
▲ 통영 충렬여고 연습 장면. /청소년 연극제 집행위원회
▲ 통영 충렬여고 연습 장면. /청소년 연극제 집행위원회

◇학교폭력과 한국 사회 문제 꼬집어 = 통영 충렬여고 연극반 '트릴로지'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영원의 시간>(강다은 작·지유진 김아현 연출)을 공연한다. 학내에서 폭력을 일삼아온 주인공 보영이 주변인들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된 뒤에야 비로소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유진·김아현 연출은 "혼자가 되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것들을 꺼내고자 했다"며 "학교폭력 가해자인 보영은 따돌림당하는 기분을 모르기에 이런 상황이 전환되면 어떨까 생각하다 이번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는 가해자의 세상, 그들의 관점으로 삶을 이어간다"며 "서로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기를 바라며 그걸 떠올리게 하는 것이 이번 연극의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거제고교 연극반 '액트'의 <방황하는 별들>(윤대성 작·이상진 강승진 연출)은 청소년 7명이 보호실로 잡혀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담았다. 어른들이 조성해놓은 환경에서 구속받으며 살아가던 학생들은 어느 날 경찰서로 잡혀간다. 부모에게 인도되기 전 꼬박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청소년들은 각자 집과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한다. 이를 계기로 서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공감과 위로를 얻고, 부모와 화해점도 찾아간다. 이상진·강승진 연출은 "청소년 문제를 항상 돌이켜보면 부모 이해 부족, 입시 중심 교육, 청소년 위락시설 전무, 통속적 대중문화 영향 등이 그 밑변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밀양영화고교 연극반 '무가당'이 공연하는 <마지막 동화>(송근욱 작·이은영 연출)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도리어 몰아내고 공격하는 한국 사회 풍토와 같은 약자임에도 주변에서 공격받는 약자를 외면하며 살아가는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동화작가 오동나무가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을 본 뒤 영감을 얻어 약자가 강자를 이겨 승리를 쟁취하는 내용의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각색해 새 글을 쓰게 되는데, 어느 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학생을 오동나무가 발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그린다.

이은영 연출은 "지금의 사회가 아름다워지려면 약자를 외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연극이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는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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