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막론 정치인 대거 찾아
지방선거 앞두고 셈법 제각각
문 전 대통령 5년 만에 참석
6.1지방선거를 9일 앞두고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여야 지도부가 대거 모였다. ▶관련기사 2면
23일 김해 봉하마을에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 물결이 함께 일렁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추도사는 국민의힘 대북, 외교·안보 정책 비판으로 읽혔다. 민주당 정치인에게는 환호와 비난이 혼재했다. 추도식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양한 정치적 열망이 꿈틀거렸다.
◇노무현-문재인 5년 만의 만남 = 봉하마을에는 아침부터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8시에 주차장은 다 찼다.
문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50분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문 전 대통령은 시민과 악수를 한 후 노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운영될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봤다.
체험관 방명록에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50여 분 동안 체험관을 둘러본 문 전 대통령이 밖으로 나오자 추모객은 박수, 환호와 함께 "고생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등을 연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창원에서 왔다는 60대 여성은 "건강한 모습으로 봉하마을에서 다시 뵐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는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 시위에 반대하는 시민 서명을 받기도 했다.
◇추도식 여야 총집결 =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이 추도식을 찾았다. 이해찬·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한명숙·정세균 전 총리, 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친노·친문 원로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이재명·윤호중·박지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등 국회의원 30여 명, 김동연·양문석·허성무·강기태 등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도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유족 대표로 김홍걸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을 대표해 한덕수 국무총리·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김대기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준석 당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미경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도 함께했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대대적인 참석은 없었지만 당과 원내 지도부 참석으로 예를 갖췄다.
◇뼈 있는 추도사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10.4 남북공동선언, 동북아 균형자론'을 언급한 뒤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며 "보수진영과 언론으로부터 우리 주제에 무슨 균형자냐, 한미 동맹이나 잘 챙기라는 보수진영의 비난과 비아냥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6위 군사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며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약소국 의식을 버리고 자국중심성이 있는 외교를 해나갈 수 있게 된 덕분"이라고 짚었다. 이는 평화와 통일에 기반을 둔 국민의정부·참여정부 대북관과 다른 현 정부와 국민의힘 기조 비판으로 여겨질 여지가 있었다.
◇민주당 내 앙금 = 민주당은 친노·친문-친이(친이재명)·대선 이후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새로운 지지세력 등이 당 향방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계파별 정치인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와 비난이 뒤섞였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위원장이 거의 같은 시점 추도식장으로 들어설 때는 특히 심했다. 일부에서는 남성 지지자, 여성 지지자 간 험악한 언사도 오갔다. 지지자 대부분은 이럴 때마다 불화를 경계하며 자중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선 이후 혼란한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한편 노무현재단 집계 결과 이날 오후 3시까지 1만 1495명이 봉하마을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