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이주 청소년 정착기 펴내
부모·교사·센터 목소리 담아
"타인 이해 위한 출발점 되길"

김예린 작가는 최근 책 <저 여기 있어요>를 펴냈다. 중도입국청소년 넷, 중도입국청소년 부모 둘, 교사 둘, 김해시가족센터 사무국장과 대담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와서 사는 청소년을 묶은 말이다. 김 작가는 묶은 말이 대변하지 못하는 각자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

"시댁이 김해시 진영읍인데, 가끔 서어지공원을 들러요. 뛰노는 아이 절반은 러시아어를 쓰는 고려인이더라고요. 왜 고려인 아이가 많을까, 궁금증이 났어요."

김 작가는 지난해 김해지역 예술가·기획자·문화시민을 기록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장을 만나 중도입국청소년을 인식하게 됐다.

"이민자가 겪는 혐오의 시선은 비슷해요. 이민자는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거죠.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청소년은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삶이에요. 한국문화에 친근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한국어를 터득하는 속도는 매우 더뎌요. 중도입국청소년은 한국에 살 이유가 마땅치 않죠. 그러니 학교에서는 한글을 몰라 배제되고, 수업에 흥미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죠."

중도입국청소년 삶을 기록하겠다는 마음을 먹고서 김 작가는 본질적인 물음을 자신에게 던졌다. 왜 접점 없는 이야기에 마음이 쓰이느냐고. 책을 여는 인물인 미찌가와 하루코, 이형순 씨가 발단이었다.

"1930년 태어난 외할머니는 갓난아기인 채로 일본으로 적을 옮겼다가 18세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조선인은 한국에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 말에 한국에 왔지만 적응하는 삶을 살아야 했었죠. 지금 한국에서 고려인이 겪는 일을 외할머니도 겪은 셈이죠. 외할머니는 정말 힘든 생을 살다 돌아가셨어요. 중도입국청소년 삶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져야 하지 않겠나, 사회가 그들을 인식하도록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에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 20일 김예린 작가가 김해시 장유동 한 카페에서 최근 펴낸 책 <저 여기 있어요>를 소개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 20일 김예린 작가가 김해시 장유동 한 카페에서 최근 펴낸 책 <저 여기 있어요>를 소개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김 작가는 김해문화도시조성사업 하나인 '도시 미래유산 만들기 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중도입국청소년을 만나고 그들 삶을 기록했다.

"스무 살 장민(중국)은 한국인과 재혼한 중국 국적 어머니 요구로 10대 때 한국에 왔어요. 적응을 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왔어요. 장민은 스스로 의지가 없어요. 어머니 요구로 한국 귀화 신청까지 했는데, 계속 어머니라는 벽에 부딪혀 꺾이는 경험을 하죠. 학교는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를 한 터라 삶의 반경이 좁아졌습니다. 스무 살인데 삶의 목적이 없고, 즐거움도 없어요. 제가 해줄 무언가가 딱히 없어 마음이 더 쓰였습니다."

김 작가는 중도입국청소년 부모 속내를 듣는 데도 공을 들였다.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오게 됐는지 들어야 했다.

"대담했던 중도입국청소년 부모는 가족과 내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한국에 온 까닭도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선택이었죠. 돈을 벌기에는 본국보다 한국이 낫다는 판단이 배경이었습니다. 다만, 부모는 아이에게 최선을 선택했지만 아이가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죠. 아흐마드(파키스탄)는 조금 다른 고민을 했어요. 갓난아기 때부터 한국에서 자란 아이가 한국문화에 익숙해서 이슬람문화를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두려움이 있더라고요."

김 작가는 책 <저 여기 있어요>가 타인을 이해하는 인사와 같은 책이길 바랐다. 책에도 '이해는 인사에서 시작된다'고 썼다.

"물론 공통된 결이 있겠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책이에요. 서로 모르다가 인사 한마디 나누면서 서로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이 이해의 출발이라 생각해요. 그 이해의 출발이 이 책에 담긴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

책은 산문 형식으로 쓰였다. 더 깊이, 여러 차례 들여다보길 바랐으나 석 달이란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치려면 나름의 각색이 필요했다. 김 작가는 "화자 말을 고스란히 옮기지 못해 힘이 조금 떨어진다"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차지게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저 여기 있어요>는 비매품이라 김해지역 시립도서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내달 배포 예정. 문의 김해문화도시센터(070-8824-4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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