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장 후보 2명은 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토론회에서 정책·공약 검증보다 약점 잡기에 골몰해 성숙한 토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직 시장 허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의사 출신 홍태용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0일 토론회에서 서로 김해를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서로 상대 흠결을 드러내는 토론을 진행해 유권자들이 두 후보 공약을 가늠할 수 없었다.

허 후보는 지역소멸 토론에서 "김해시 인구가 감소해 청년이 떠나간다며 '난파선'이라 비유한 사람이 자녀를 부산에서 학교 다니게 하고 주민등록만 김해에 했을뿐 집은 부산에 있어 김해에서 재산세를 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는 "김해가 고향이고 김해에 거주하며, 자녀들은 김해에서 초등학교 다녔고 아내가 부산으로 발령나서 아이들이 중·고교를 부산에서 다녔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2년간 인구 2000여 명, 그 중 젊은 인구가 많이 감소했는데 그 심각성을 허 후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경각심을 가지라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후보는 "김해시 인구 감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일시적인 현상이며 주택 대기 물량만 1만 7000가구가 넘어 곧 증가할 것이고 인구정책전담팀도 꾸려 운영 중"이라고 맞받았다.

홍 후보는 허 후보가 자랑하는 '일자리 10만 개 증가'도 비판했다. 그는 "일자리 70%가 공공일자리이고 30%만 민간일자리여서 빛 좋은 개살구이며 취업 늘리는 땜질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허 후보는 "다른 시군도 공공일자리와 민간일자리 비율을 7대 3으로 안배하고 있다"며 "투자 유치를 많이 해서 양질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안동 도시개발사업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홍 후보는 "도시개발사업 최우선 목적은 공익인데, 시민은 없고 업자만 보인다"며 "도시개발 전문가인 허 후보가 불법적 도시분할(쪼개기)로 공무원이 감사원 징계를 받은 일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불법"이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허 후보는 "홍 후보가 행정을 너무 모른다. 안동사업은 30년 가까이 방치된 것을 개발 방법에 따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개발하도록 했다. 특혜가 없었다고 시의회와 감사원에서 밝혀졌다"고 방어했다.

두 후보는 서로 공격하다가도 피할 수 없는 흠결을 만나면 곧바로 사과로 대처했다.

홍 후보가 "허 후보가 선거 출정식에서 선거사무원에게 '도우미', '알바'라고 칭했다. 내가 죄송하다"고 말하자, 허 후보는 "정식 용어는 선거사무원임을 인지하고 즉시 사과하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허 후보는 "홍 후보가 운영한 병원에서 두 번이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사망자나 유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코로나19 방역 해제 전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한 적도 있다"며 "의사가 정치권에 기웃거리며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환자들이 저에게 원망의 말을 한다"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코로나19 방역 해제 전에 지침을 어긴 일은 사과 말씀드린다"면서도 "김해시 코로나 환자는 14만 명이고 280여 명이 사망했다. 제가 시장이었으면 코로나 초기에 전담병원을 지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검증 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약점 공방을 이어갔다.

홍 후보는 "허 후보가 내놓은 에어시티 건설 공약은 2016년 말했던 공약인데 2018년엔 반대했다가 이번엔 주요 공약에 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 후보는 "정부의 신공항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다소 혼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허 후보는 "홍 후보 공약 대부분이 현 시정에 녹아 있는 것이고, 6대 전략도 추진 중인 사업들을 이름만 다르게 했을 뿐 대동소이하다"며 "홍 후보는 전국체전 유치도 비판하던데 김해시민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전국체전을 반납하겠다는 건가?"라고 따졌다. 홍 후보는 "전국체전을 반납할 수 없어서 고민이다. 체육시설을 지역에 골고루 배치해줬으면 좋았지 않았겠나"라고 물었다.

홍 후보는 마지막 지지 호소 발언에서 "이제는 김해를 바꿔야 한다"며 "김해를 가장 살고픈 곳으로 만들 자신 있다. 김해시민 자긍심을 지켜드리겠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이번 선거는 정치인인지 의료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분과 행정 전문가의 진정성 대결"이라며 "마지막 소임을 다하도록 기회를 주시면 행정 능력과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