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출신 한필애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사람볕이 그립다>(사진)를 펴냈다. 시집에는 '사람볕이 그립다'란 제목의 시가 3편 들어 있다. 눅눅하고 어려운 시기에 '햇볕'이 그립듯 코로나로 갑갑한 생활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시인은 '사람볕'이 그리웠으리라. 3편은 모두 코로나 때문에 힘겨운 현실을 그린 시들이다.

"연주암 법당에 절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모두 하얀 마스크를 쓰고 오체투지를 한다/ 천 년 넘게 정좌하신 갱상도 부처님/ 굳은 목 내밀며 물으신다/ 머선 일이고?"('사람볕이 그립다1-코로나19' 전문)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균형과 화해 지향의 서정적 고백록인 이번 시집은 그리운 존재자들을 찾아 나서는 시인의 따뜻하고도 간절한 마음의 움직임이 충실하게 담겨 있다"고 했다. 삶의 근원에 대한 서정적 탐구와 개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이다.

시를 읽다 보면 유난히 친근하고 가까운 자연을 통해 깨달은 이치를 많이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볕 쨍하게 내리쪼이는 날/ 꽃무릇 피었다/ 잎사귀 지쳐 사그라지자/ 대궁 밀어 붉게 피었다// 그대를 보고파하는 마음 내색하지 않고/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 꾹꾹 누르고/ 나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리워하는 만큼 점점 멀어지는 인연인 것을/ 못난 상처 보이지 말고/ 피 흘려도 겹겹으로 싸매고 살자 다짐했다"('꽃무릇' 1~3연)

시인의 이 표현에 대해 유 평론가는 "2인칭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없는 그리움으로 번져가면서 점점 멀어지는 인연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을 선명하게 잡아냈다"고 풀이했다. 천년의시작. 116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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