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은 실무 경험 덕
대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
2662억 예탁금 조성 등 성과
"더 단단한 수협 만들기 희망"
손원실(65) 부경신항수협 조합장은 창원시 진해구 안골마을에서 태어났다. 평생 고향 진해를 떠나지 않았다. 18살 때 가정 형편으로 낙지잡이를 시작했다. 이후 통발, 파래양식, 굴양식, 피조개 양식도 했다.
◇실무에 강한 조합장 = 그는 수협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다. 28살 창원시 진해구 안골어촌계 간사를 시작으로 어촌계장 4년, 옛 의창수협 대의원 1년 4개월, 비상임 감사는 무려 14년 6개월을 역임했다.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나면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훤히 보인다고 했다. 직원들도 그런 손 조합장의 업무스타일을 꿰고 있다. 조금 피곤할 수도 있겠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직원들에게는 최대한 업무 자율성을 주려고 합니다. 자율적으로 일을 하면 능률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12일 부경신항수협 조합장실에서 만난 그는 다소 우울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경신항수협이 30년 넘게 정부의 국책 사업에 협조했음에도 존속할 수 있는 지원은 없었다고 했다.
"부경신항수협은 낙동강 을숙도 하구언 건설을 시작으로 녹산국가공단 건설, 부산항 신항 건설, 거가대교 건설 등 30년 가까이 이어진 대규모 국책 사업에 기꺼이 살점을 떼어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황금 어장은 황폐화됐고, 수산자원은 감소했습니다. 일부 어업인들은 수협 조합원이 아닌 부산항 신항 하청 업체와 인근 건설업체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까지 들어서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입니다. 서글프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그는 회원조합과 중앙회 업무에도 실력을 발휘했다. 수협중앙회 총회에서 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의 불합리함을 언급해 2021년 예금자보호기금 보험료 감면에도 이바지했다. 약 464억 원에 이르는 전국회원조합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했다. 부경신항수협은 수협중앙회 정기총회에서 경영개선으로 건전성 증대에 노력한 조합으로 선정돼 표창장을 받았다.
그는 바다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경제사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경제사업을 통한 '복지 수협'을 만들겠습니다. 사활을 걸고 부경신항수협의 경쟁력을 확보하겠습니다."
손 조합장은 2019년 3월 치른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국책 사업에 의한 조합원 피해보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점과 경제사업에 초점을 두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어업인을 위한 수산물 직매장 건립에 자부심 = 그는 조합장 당선 직후 첫 삽을 뜬 수산물 직매장을 제대로 짓는 데도 힘을 쏟았다.
1985년 지어진 본소건물이 노후화로 한쪽으로 기우는 등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경신항수협 체면이 말이 아녔기 때문이다.
생필품을 사려고 먼 거리까지 나가야 하는 어업인들의 불편사항 등을 반영해 직매장에 수산물 마트와 일반 마트까지 함께 구축해 어민들이 조업에 필요한 물품과 생필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지상 4층인 수산물 직매장 건물에는 직매장 외에도 금융시설, 수협 업무시설, 냉동 및 보관창고 등이 있다.
그는 "조합장 재임 시기에 어업인 편익시설과 제대로 된 본소건물을 완공해 두고두고 기쁘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에도 관심 = 손 조합장은 바다를 잃은 상황에서 부경신항수협 업무구역 안으로 제1금융이 몰려 상호금융도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조합장으로 취임했을 때 부경신항수협의 전국 연체율은 8위로 6%대를 기록했다. 손 조합장은 당선 이후 약 120억 원의 연체금을 2021년 기준 56억 원까지 낮추었다.
"연체율이 2.5% 후반대로 진입해 안정권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현재 경제 흐름에 맞는 역량을 키우고, 고객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금융사업 활성화를 도모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경신항수협은 코로나 19로 말미암은 경기침체 속 저금리 기조, 상호금융 대출 규제강화, 비대면 여신시장에서 은행과 경쟁 심화, 부동산대출 규제강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662억 원의 예탁금을 조성했다. 138억 원의 정책자금 지원으로 어업인들의 생산활동을 도았으며, 2108억 원의 상호대출금 실적을 기록했다. 부경신항수협은 현재 동김해지점 개설도 준비 중이다.
◇선용품 공급 사업에도 관심 = 손 조합장은 부경신항수협 생존을 위해 선용품 공급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선용품 공급업은 선박에 음료, 식품, 소모품, 수리용 예비 부분품 따위를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부산신항에 많은 배가 드나듭니다. 약 1조 원에 이르는 선용품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 수협은 그동안 매립 등 바다를 내주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조합원 몫으로 선용품 시장의 30% 배정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현재 계획 중인 서부산권 거점 수산종합단지 조성사업도 선용품 시장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더 단단한 수협 만드는 기초 놓겠다 = 손 조합장은 부경신항수협을 더 단단한 수협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기존 부경신항수협 위판장 앞 해수면 1000평을 매립해 위판장과 활어회센터를 건립하고, 주차장을 확보해 경제사업의 탄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조합장은 "구상 중인 선용품 사업과 서부산권 거점 수산종합단지 조성사업에 이어 새 위판장이 완공되면 활어회센터와 연계할 수 있어서 많은 변화가 기대됩니다. 그동안 벌여놓은 다양한 경제사업을 잘 마무리해 더 단단한 수협을 만드는 기초를 놓고 싶습니다. 부경신항수협을 전국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멋진 수협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