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N 제작 영화 〈허황옥 3일…〉
각 지역 50여 개 극장서 상영

가야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허황옥 3일, 잃어버린 2천 년의 기억>이 12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삼국유사 중 '가락국기'에 나오는 '허황옥 신행길(혼인할 때 신랑이 신붓집으로 가거나 신부가 신랑집으로 가는 길) 3일'을 분석해 재현한 영화다. 부산·경남 민영 방송사 KNN이 제작했다. 국내 방송사가 '허황옥 신행길 3일'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 내건 건 이번이 처음이다.

KNN은 12일 인도에서 가야로 시집온 허황옥의 결혼 항해를 과학으로 복원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날 개봉해 일반 관객과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국은 국내외 논문 46편과 관련 서적 50여 권 등을 조사해 삼국시대 인도에서 가야로 온 '허황옥 신행길'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허황옥 3일, 잃어버린 2천 년의 기억>은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 서울·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지역 극장 50여 곳에서 상영 중이다.

삼국유사에는 허황옥이 아유타국 공주이며 기원후 48년에 수행원들과 배를 타고 가락국에 왔다고 돼 있다. 제작진은 그간 신화나 설화로 여겨져 온 허황옥 결혼 항해 실체를 파악하고자 2000년 전 바람과 해류를 정밀 복원해 당시 선박 항해가 가능했는지 등을 확인했다.

▲ 영화 <허황옥 3일, 잃어버린 2천 년의 기억> 중 한 장면. /KNN
▲ 영화 <허황옥 3일, 잃어버린 2천 년의 기억> 중 한 장면. /KNN

그 과정에서 허황옥 이전부터 철기문화를 교류한 인도와 가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실존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고대 인도 선박들의 크기와 돛 색깔 등도 확인해 그 당시 배의 길이가 최소 50m에 물건도 40t 이상 실을 수 있는 무역선이자 바람으로 가는 범선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영화는 옛 인도인들이 아랍과 무역을 할 만큼 항해술이 뛰어났으며 바람을 이용해 가야까지 1만㎞를 이동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국에서 전파되고 공인된 불교보다 최소 324년 앞선 해상 불교(가야불교) 실체도 제시한다.

진재운 감독(KNN 기획특집국장)은 "그동안 허황옥을 규명하는 작업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며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역사학자들이 이 부분에 접근하지 않은 탓에 역사가 축소돼왔다"고 했다.

이어 "허왕후가 실재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해양 교류가 있었다는 부분이 드러나면 한국 고대사가 달라질 거다"라면서 "우리 민족이 개방성과 다양성을 지닌 민족이었다는 점과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과 충돌보다는 융합·교류해온 민족이라는 점이 (이번 영화로) 많이 알려질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재운 감독은 1995년 KNN 기자로 입사해 30편 이상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세계 3대 영상제인 뉴욕페스티벌에서 <위대한 비행>(2012), <물의 기억>(2019)으로 최고연출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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