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진실화해위원회에 서류 제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김주열 열사 어머니 권찬주 여사 등 5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기념사업회는 12일 오전 11시 30분 진실화해위원회 창원사무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기념사업회가 진실규명을 요구한 이들은 권찬주 여사를 비롯해 김주열 열사 친형 김광열 씨, 김주열 열사 시신을 인양한 어부 김경영 씨, 김주열 열사에게 마산상고 진학을 권유했던 하용웅 씨, 3.15의거 참여자 서행남 씨 등 5명이다. 

현재 서 씨를 제외한 나머지 이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기념사업회는 유족에게 동의를 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신청서를 작성했다. 다만, 김경영 씨 유족과는 연락이 닿지 않아 신문광고를 기재하는 등 추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

권찬주 여사는 3.15부정선거 규탄 시위에서 실종된 김주열 열사의 어머니다. 그는 큰아들 김광열 씨로부터 김주열 열사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전북 남원에서 급히 마산으로 왔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12일 김주열 열사 어머니 권찬주 등 5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사진은 진실규명신청서 접수증명증. /박신 기자

행방불명 된 아들을 찾고자 마산 시내 곳곳을 수소문했다. 방송과 신문을 가리지 않고 아들의 실종을 알렸다. 이 소식은 마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김주열 열사 행방과 권 여사의 활동에 전 국민 이목이 쏠렸다. 

4월 11일,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열사 시신이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 떠올랐다.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한 달여 간 김주열 열사를 찾으며 권 여사와 한마음이던 마산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다음날 전국에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4.19혁명의 불씨가 된 순간이었다.

기념사업회는 진실규명 신청서에서 어머니 권찬주가 아닌 3.15의거부터 4.11항쟁, 4.19혁명까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개인 권찬주의 공적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청자에 이름을 함께 올린 김주열 열사 친형 김광열 씨는 동생 김주열과 3.15의거에 참여해 진실규명 대상자이기도 하다. 시위 도중 김주열 열사를 끝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4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주열 열사 시신을 직접 인양한 김경영 씨도 당시 충격으로 사건 1년 후생을 마감했다. 당시 어부였던 그는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 인근에서 홍합 채취를 하고 있었다. 경찰 요청으로 자신의 배에 김주열 열사 시신을 끌어올렸다.

참혹한 시신을 목격한 후 그는 악몽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해 여름 태풍으로 배까지 잃게 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이듬해 5월 9일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백남해(오른쪽)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이 12일 오전 11시 30분 진실화해위원회 창원사무소에 방문해 김주열 열사 어머니 권찬주 등 5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하고 있다.  /박신 기자

그는 당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았으나 금세 잊혔다. 이후에도 합당한 명예회복이나 국가의 보상은 없었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시신 인양작업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점을 들어 진실규명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은 "3.15의거 특별법이 생기고 진실규명 신청을 받으면서 3.15의거 관련자들을 되돌아 보게 됐다"며 "그러던 중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한 이들이 잊히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임고문은 "꼭 시위에 참여한 게 아니더라도 3.15의거와 4.11항쟁, 4,19혁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은 국가에서 그에 걸맞게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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