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4년 새 연평균 6.7% 증가
60대 30.1%로 발병 가장 많아
흡연·당뇨·유전 등 원인 지목

유전·가족력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하는 췌장암, 조기 발견이 어렵고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낮습니다. 복통·체중 감소·황달 등 증상을 보이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광민(사진)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도움말로 췌장암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봅니다.

◇60대 30.1% 차지 = 흔히 '이자'라고도 불리는 췌장은 상복부 중앙 깊숙이 있는 12~20㎝ 정도 가늘고 긴 모양의 장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췌장암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보면, 췌장암 관련 진료를 받은 사람이 4년 새 2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1만 6086명에서 2020년 2만 818명으로, 연평균 6.7%씩 증가한 것이다.

2020년 기준 연령대별로 보면, 전체 진료인원(2만 818명) 중 60대가 30.1%(626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 29.7%(6190명), 80세 이상 16.6%(3458명)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60대 비율이 32.3%, 여성은 70대가 29.4%로 가장 높았다. 인구 10만 명당 기준으로 남성은 2016년 32명에서 2020년 42명(31.3%)으로 증가했고, 여성은 2016년 31명에서 2020년 39명(25.8%)으로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은 "췌장암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특히 70대 이상 고령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면서 "이는 소득증가와 식습관 변화에 따른 비만이나 당뇨 인구 증가, 흡연 인구 증가, 고령 인구의 빠른 증가 추세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암정보센터 '주요 암종 5년 상대생존율(2015~2019년)'을 보면 △갑상선암 100% △전립선암 94.4% △유방암 93.6%로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면 △간암 37.7% △폐암 34.7% △췌장암 13.9%로 상대적으로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5년 상대생존율이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뜻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 = 췌장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요 요인으로는 흡연과 가공육류를 포함한 고지방 식이·비만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직접적인 위험요인으로, 비흡연자보다 2~3배 정도 위험성이 높다.

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그 밖에 만성 췌장염, 고령자, 부분 위 절제 수술력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휘발유나 농약·염료 등 화학물질 노출 역시 췌장암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유전적 요인과 관련성도 활발히 연구되는데, 많게는 5~10%에서 유전적인 요인으로 췌장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가족성 유방암 유전자 보유자나 유전성 췌장염,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포이츠-예거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이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직계 가족 가운데 2~3명 이상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증상 거의 없어 생존율↓
이유 없이 체중 줄면 의심해야

◇초기 증상 애매해 지나칠 수도 = 대부분 암이 초기 증상을 느끼기 어렵지만 췌장암은 특히 더하다. 증상이 있더라도 상복부 불편감, 식욕 저하, 속이 안 좋은 느낌이거나 미미한 복통 등 소화불량으로 지나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병원을 찾았을 때는 상당히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췌장은 등 주위에 있어 명치나 복부, 허리 통증으로 나타나는데 요통이 느껴지면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특징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황달은 췌장암 때문에 담즙이 배설되는 담관이 막혀 발생하는 증상으로, 췌장 두부암의 약 80%에서 발생할 수 있다. 황달이 생기면 소변이 진한 노란색이나 갈색이 된다. 피부 가려움증이 있고, 피부와 눈의 흰자위 등도 노랗게 된다.

체중 감소 또한 췌장암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특별한 이유 없이 평소 체중의 10% 이상이 줄어들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50세 이상의 고령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췌장염이 발생하거나 당뇨가 생겼다면 췌장암을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

◇의심되면 CT 검사를 = 췌장암이 의심될 때 가장 많이 시행하는 검사는 초음파와 CT 촬영이다. 초음파검사는 CT보다 검사가 쉽고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검사자에 따라 정확도 차이가 크고 후복강에 위치한 특성상 전체 췌장을 관찰하는 데 제한이 있다. 따라서 췌장암 진단을 위해 초음파검사 대신 복부 CT를 일차적으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다중검출 나선형 CT(MDCT) 발전으로 짧은 시간에 더욱 세밀한 췌장 관찰이 가능해져 췌장암 진단율이 현격히 높아졌다. 이에 전체 췌장암의 95% 이상은 MDCT로 발견이 가능하다.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는 MRI는 CT보다 더 작은 병변까지 관찰할 수 있다. 췌관이나 담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MR담췌관촬영술(MRCP)을 시행할 수 있고, 애매한 간 전이를 구분할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내시경에 초음파 탐촉자를 부착해 위나 십이지장에서 췌장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내시경초음파검사(EUS)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치료와 예방 = 치료 방법은 종양의 외과적 절제 가능 여부에 따라 수술적 치료,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완화치료 등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과 수술 후 보조적인 치료의 발달로 성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합병증 또한 감소하고 있다. 방사선치료는 고에너지 엑스선으로 암세포를 죽여 종양을 줄이는 방법이다. 주변 장기와 유착 등으로 절제는 불가능하지만, 전이 없이 국소적으로 진행된 췌장암을 수술 대신 치료하는 데 주로 이용된다.

수술할 수 없거나 수술 후 재발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는 항암화학요법 대상이 된다. 최근 새로운 항암제 조합법이 개발돼 기존 항암제에 비해 생존율이 개선됐으며, 췌장에 대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또한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이미 췌장암이 어느 정도 진행돼 통증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상당수 환자는 먹는 진통제로 호전을 보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통증 치료가 중요하다. 약물치료에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최근에는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복강 신경총 차단을 시도하거나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 다만, 흡연자에서 췌장암 발생이 2~5배 높게 보고되고 있어 금연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술을 줄이고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피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예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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