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동안의 대통령직을 마치고 경남도민으로 돌아온다.

대통령이 임기를 온전히 마치고 지역으로 귀환하는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18대 대통령 지낸 박근혜 씨는 현재 대구 달성군 사저에 머물고 있지만 애초 서울에 집을 두고 있었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후 구속 수감됐기에 귀환으로 보기 어렵다.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 재직 시절 매곡마을에서 2㎞가량 떨어진 사창골 인근 주택을 매입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살았다.

문 전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퇴임 연설에서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이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촛불 집회로 탄생한 정부'를 강조하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든다.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한반도·남북관계,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대유행 국면 등 성과를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를 두고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 만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각종 현안 관련 국민의 단합, 성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소재·부품·장비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관련해서는 "제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상황보고서는 969보였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판명된 2020년 1월 20일부터 휴일이나 해외 순방 중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눈뜨면서 처음 읽었고, 상황이 엄중할 때는 하루에 몇 개씩 올라왔던 보고서가 969보까지 이어졌다"며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받았다"고 했다.

특히 방역 정책을 두고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 선진국의 방역과 의료 수준을 부러워했었는데,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가 제일 잘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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