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맞춤 노래 엮은 콘텐츠
쉽게 찾아 듣고 무료라 인기
이용자 간 댓글 소통도 매력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 듣는 감성팝송 플레이리스트(조회수 1245만 회).' '들으면 내심장 쿵쾅쿵쾅쾅쾅 와그작 와장창(1121만 회).' '이거 틀면 운전하다 옆차선에서 제목 알려달라 한다(548만 회).'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플레이리스트 콘텐츠의 제목이다.

플레이리스트(듣고 싶은 노래를 따로 모아 놓은 목록)는 노래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나, 취향에 맞는 노래를 편하게 듣고 싶어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중반 출생) 성향이 반영된 콘텐츠다.

MZ세대는 기존 음원 사이트와 함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유튜브가 무료인 점과 음악과 함께 영상미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선호 이유로 꼽았다.

직장인 김재길(32·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기존 음원 사이트와 다르게 음악과 거기 어울리는 영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자주 듣는다"며 "또 음악과 영상을 보며 궁금한 점을 댓글을 보면서 해소할 수 있고 원하는 곡이 있으면 바로 신청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2년 차 직장인 신남경(29·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공부할 때 로파이(lo-fi·Low fidelity의 약자로 의도적으로 음질을 낮춘 것)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데 집중이 잘 된다"면서 "막연하게 그날 감성에 따라 듣고 싶은 분위기의 음악이 있을 때 평소 취향에 맞던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애용한다"고 전했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이들이 늘어나며 유튜브 뮤직(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도 급증했다.

앱·통계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 3월 발표한 '2월 음원 스트리밍 앱 사용자 수'를 보면 유튜브 뮤직(497만 명) 월간 실사용자 수는 멜론(641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유튜브 뮤직 사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261만 명) 대비 236만 명이 늘어나며 131만 명이 늘어난 멜론(510만 명)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자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들어보송song' 채널 운영자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유튜브 채널 '들어보송song'의 인기 동영상 목록. /유튜브 갈무리
▲ 유튜브 채널 '들어보송song'의 인기 동영상 목록. /유튜브 갈무리

2019년 11월 개설한 들어보송song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팝송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5일 기준 구독자 10만 3000명에 누적 조회 수는 1841만 회다. 지금까지 채널에 올라간 영상은 282개다. 대학에서 영어학을 전공한 그는 평소에도 팝송을 꾸준히 들을 만큼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채널 초기에는 전공을 살려 팝송 해석 영상을 주로 올렸다. 하지만 이후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요청하는 구독자가 늘어나자 채널 방향을 바꿔 현재는 팝송 플레이리스트가 주 콘텐츠가 됐다.

들어보송song에서 100만 조회 수 이상 기록한 게시물은 모두 '공부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 시리즈다.

그는 "공부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는 노래는 너무 신나서도 너무 잔잔해서도 안 된다.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면서 "공부할 때 들으러 오는 구독자도 있지만, 잠깐 쉬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만큼은 걱정을 잠시 내려두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기도 한다. 제목에도 위로와 동기부여의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채널 운영자는 1839만 회가 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로 '유행 활용'과 '구독자 맞춤 콘텐츠'를 꼽았다. 그는 "구독자 대다수가 10대 중반~20대다 보니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유행어나 밈(인터넷, SNS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활용한 제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라며 "플레이리스트 주제와 영상의 조화도 중요하다. 음악 구성은 끝났는데, 마땅한 배경사진이 없어 12시간 넘게 사진만 찾았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독자들이 댓글에 남기는 평가나 조언은 최대한 반영한다. 실제로 구독자들이 원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을 때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적도 많다"고 전했다.

 

일종의 유대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만의 매력으로는 '이용자 간 댓글 소통'을 뽑았다.

그는 "공부 플레이리스트만 봐도 음악에 관련된 댓글만큼 서로 격려하는 댓글도 많다. 수험생들이 노래를 들으러 왔다가 위로까지 받고 가는 것"이라며 "또 플레이리스트에 나오는 곡의 정보를 댓글로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종의 유대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채널 운영자는 일과 유튜브 운영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플레이리스트 제작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브를 운영한 뒤로는 좋은 노래만 들리면 바로바로 검색해 기록해두는 일종의 직업병이 생겼다. 그래도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반응이 나올 때면 보람과 성취도 느낀다. 앞으로도 들어보송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주는 잇송이(구독자 애칭)들에게 한결같은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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