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 오늘 국무회의 예정
국힘 반발 "거부권 행사하라"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은 임기 말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3일 처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일 열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두 개정안을 공포하면 4개월 후인 9월부터 시행된다.

검찰과 국민의힘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부패·경제 범죄와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 범죄 관련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개정 전 검찰청법 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규정했으나 이를 2대 범죄로 축소했다. 이에 검찰은 국가 수사 역량 위축, 국민의힘은 정권 수사 무력화 의도라며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정 수호라는 대통령 책무를 다하려면 거부권 행사가 마땅하다"며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는 지난 5년 실정을 조금이나마 덜 마지막 기회"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에 민주당은 3일 오전 예정된 국무회의 일정을 미뤄 임기 내 검수완박법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

법률안 거부권을 두고 임기 말 문 대통령이 처한 난처함을 노 전 대통령도 겪었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국회를 통과한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을 두고서다.

김태호 당시 경남도지사가 2004년 11월 남해안 해양경제 축 개발과 남해안 프로젝트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남해안발전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이는 이듬해 부산시와 전남도가 호응해 추진력을 얻었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동·서해안도 포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으로 확대됐다.

법안은 큰 틀에서 동·서·남해안을 국제적 관광지로 발전시켜 지역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룬다는 목적이었지만 세부적으로는 수산자원보호구역과 해상국립공원 등 각종 규제 해제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 36개 법률이 개별적으로 허용하는 인·허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전국 74개 시·군·구, 전 국토의 43%가 적용 대상이었다. 이 법안을 두고 환경단체는 물론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방침을 세웠으나 청와대 정책실과 관련 광역자치단체 간 환경보호 조항을 보완할 합의문을 채택하면서 법안은 국무회의에서 '조건부' 의결됐다. 합의문에는 난개발 방지와 질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장치를 마련해 하루빨리 법 개정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개혁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 공약이지만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검수완박이 임기 말 급진적으로 이뤄지는 건 청와대로서도 부담이다. 경찰 6대 범죄 수사력이 검찰보다 약하다는 시각이 있고, 수사 지연에 따른 국민 피해를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문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 전례에 따라 법 보완 같은 새로운 고민을 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노 전 대통령은 환경단체와 국민 여론을 업은 데다 임기 3개월을 남겨 둔 시점에 행정적 집행력을 다소간 담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마지막 국무회의에 첨예한 정치적 사안 관련 중대 결단을 종용받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개혁 압박, 정권 교체로 출범하는 새 정부 성화 한가운데 놓인 문 대통령이다. 그가 퇴임 전 최대 국정 현안 관련해 어떤 마지막 결단을 내릴지에 국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