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산 영광 함께한 업계 상징
코로나 영향 지난해 휴업·매각
38∼40층 주상복합 개발 예정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묵는 등 옛 마산시 호텔업계의 상징과도 같았던 창원 사보이호텔이 오는 8월, 늦어도 9월께에는 헐릴 것으로 보인다. 호텔이 해체된 자리에는 대규모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삼호로 대로변에 있는 사보이호텔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4월 30일 영업을 종료했다. 5월부터 휴업에 들어간 상태에서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같은 해 11월 말 부산에 있는 한 부동산개발업체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150억 원에 매각이 성사됐다.

개발업체와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시행사인 개발업체가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내세워 40층에서 38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현재 건설 자잿값이 크게 오르면서 건물 규모를 확정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다. 4월 말이나 5월 초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1990년 9월 건립된 사보이호텔은 1999년 한림건설의 자회사인 한림공영이 인수, 운영하다가 2002년 홍종대 ㈜삼영기업 대표이사에게 80억 원에 매각했다.

▲ 오는 8∼9월 헐릴 예정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사보이호텔.  /김구연 기자 sajin@
▲ 오는 8∼9월 헐릴 예정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사보이호텔. /김구연 기자 sajin@

사보이호텔은 터 2600㎡에 지하 2층~지상 10층 전체면적 1만 1856㎡ 규모다. 59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사보이호텔을 사들인 개발업체가 호텔 주변 작은 건물과 주차장을 사들이고 있다는 정황도 나온다. 사보이호텔 인근 상인과 건물주들 사이에서는 "시행사가 벌써 계약금을 10%까지 주고 ○○○가게 옆 건물 라인까지 샀다, 신세계 마산점 뒷골목에 있는 건물까지 매입해 40층 주상복합 건물을 올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보이호텔 매각에 간여했던 다른 한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현재 호텔 1층에서 운영 중인 커피숍은 5월 2일께 잔금을 치르고 나서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다만, 최근 개발업체가 인근 건물 매입 절차 때문에 3개월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호텔 철거는 오는 8월, 늦어도 9월쯤 시작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보이호텔은 마산자유무역지역 등을 찾는 외국계 바이어와 엔지니어를 비롯해 프로야구 시즌에는 야구를 관람하러 온 시민들이 주로 투숙했고, 고 김영삼·노무현 대통령, 고 김수환 추기경 등도 묵었을 정도로 유명했다.

노 대통령 취임을 앞둔 2003년 2월 중순에는 일명 '노무현룸'이 생기기도 했다. '노무현룸'은 사보이호텔 내 단 하나뿐인 '로얄스위트룸'으로 2002년 11월 30일 대선 운동을 위해 노무현 후보가 경남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방이다. 당시 사보이호텔은 노 당선자가 이 방에 묵었음을 기념하고 일반 고객들에게도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하고자 10평 넓이의 이 방에 진열장과 커튼·소파·액자 등을 교체하고 2002년 11월30일 노 당선자가 이 방을 사용했음을 알리는 한글·영문표기 팻말도 설치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노무현룸(1008호)'을 방문해 지난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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