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억 장소, 소극장 부활
예술가 활용 문턱 낮아져 호평
조명·음향·연계 강좌 등 아쉬워

지난해 4월 1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문을 연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이 개관 1년을 맞았다. 흔히들 '창동 시민극장'이라 부른다. 예술인과 시민이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옛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워도 새로운 기억을 쌓는 시민극장, 1년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반갑다 소극장 = 이제는 마산 창동에 있는 유일한 소극장이 됐다.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던 코로나19 시기에 마산예총이 나서 100석 규모 소극장을 탄생시켰다.

지역 문화예술인 사랑방 역할을 하던 창동예술소극장이 시설 노후화로 2020년 문을 닫고, 2018년 가배소극장도 운영난으로 폐관했기에 창동 시민극장 탄생은 반가운 일이었다.

특히 '기억 공유 공간'이라는 점에서 추억이 넘치는 장소였다. 유년 시절 영화를 사랑했던 이들, 친구와 연인들 약속 장소로 통했던 시민극장은 1995년 7월 <브레이브 하트> 상영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그렇게 26년이 지나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으로 재탄생 하기 전까지 의류 매장·롤러스케이트장 등 여러 용도로 변신했지만, 쉽게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시민극장 터는 시대를 거슬러 오르면 역사가 더 길다. 1908년 마산시민 대의기관 '민의소' 건립, 1914년 일제강점기 폐쇄 이후 1921년 마산구락부라는 시민 강연장으로 거듭나 광복 이후 1946년 시민극장으로 개칭했다.

항구도시 마산 예술인들이 넘쳐나던 그곳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도 예술인들이다. 마산예총 윤형근 회장과 정연규 사무국장이 앞장서 시 관계자·시의원·건물주를 찾아다녔다. 든든한 버팀목이 된 예술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개관 1주년을 맞아 운영위원장인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이 극장 안내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정연 기자
▲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개관 1주년을 맞아 운영위원장인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이 극장 안내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정연 기자

◇1년간 공연 78회·영화상영 54회 = 창동 시민극장은 지역 예술인들의 무대로 톡톡히 역할을 했다. 지난해 사업실적을 보면 공연 78회·영화상영 54회, 세미나 15회 등이 진행됐다.

공연은 개항제·큰창원한마음예술제·마산민족예술제를 비롯해 무용 열전·경남발레단·마산오광대·국제환경연극제·국제국악제 등 다양한 장르의 향연이었다. 2층 갤러리에서는 원로예술인 작품전을 비롯해 새물맞이기획전, 개항사진전도 열렸다.

마산예총이 창원시 예산을 지원받아 수탁운영하는 형태로, 2025년 12월까지 임대차계약을 하고 소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임차료는 연간 6000만 원이다. 지난해 시설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시민과 예술인·지역 향토기업 후원으로 모은 자금 6800만 원 등이 사용됐다.

지난해 5월 시민극장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결산 내용을 공유했다. 윤형근 회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박성원 창원시의원·이유정 창원시 문화예술과장·김소정 마산연극협회장·이광두 창동통합상인회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민 연계 프로그램 필요" = 지난해 창동 시민극장에서 공연을 올린 예술인을 중심으로 소극장 활용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100석 규모 소극장이 생겨난 점에서 예술인들 대부분은 환영했다. 반면 조명·음향 시설 부족과 소음 민원 해결 등을 위한 주민 연계 프로그램 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극단 상상창꼬 기획 담당인 장소영 씨는 "연습공간이나 무대가 없던 시기에 시민극장은 큰 힘이 됐다"며 "3.15아트센터나 성산아트홀은 사용 문턱이 높은 반면 창동에 소극장이 생겨 예술가들로서는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3.15아트센터 소극장 경우 450석 규모라 중극장 정도로 크고, 일정과 비용 문제로 대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은혜춤패 대표인 무용인 박은혜 씨는 "예산 부족이 원인이겠지만 지난해 공연을 해봤는데 음향과 조명이 다소 열악해 외부에서 추가로 장비를 가져와서 비용도 생각보다 더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공연 전날 연습 도중에 이웃에 사는 주민이 찾아와 소음 문제로 항의를 하는 바람에 난감했다"며 "다음날 공연 전에 작은 선물을 사들고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 시민극장 2층에 전시실·회의실도 있던데 주민 연계 강좌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 등을 높여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형근 운영위원장은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여러 한계가 보였다. 연초에 음향실 위치도 바꿨고 조명·빔프로젝터 설치 등이 상반기에 이뤄질 예정"이라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활용도를 높여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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