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사태로 수입 원자재 급등
건설사는 기존 단가 이행 요구
"납품단가 조정 제도보완 필요"

경남지역 한 중소 레미콘제조기업 대표인 ㄱ 씨는 최근 들어 급등한 시멘트 가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레미콘 제조에 필요한 시멘트 가격이 오른 데다 이를 공급받는 건설사는 적정 단가 반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ㄱ 씨는 "레미콘 제조 원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오른 데다 레미콘 운반비 인상 등도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원자재가격이 올랐으나 건설사는 인상 단가 대신 기존 계약 단가로 공급하면 안 되냐는 입장이라 힘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유연탄 수급 차질 나비효과 = 시멘트 가격이 오른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이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의회(SWIFT)에서 퇴출되면서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유연탄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유연탄은 국내에서 주로 발전 연료, 시멘트 제조 재료로 활용된다. 시멘트는 석회석, 점토, 철광석 등에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해 만들어진다. 국내에서는 폐기물 연료로 일부 유연탄을 대체하고 있으나 그 비중이 유연탄만큼 크지 않다.

유연탄은 국내에서 채굴할 수 없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다. 따라서 시멘트 가격은 유연탄 가격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연탄 비중은 75%에 달하고 나머지는 호주에서 수입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주요 광물가격 동향을 보면 동북아 유연탄 가격은 1년 전 t당 86.29달러에서 올해 3월 25일 기준 t당 262.64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지난 3월 11일은 t당 343.73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도 3월 25일 기준 t당 217.53달러로 1년 전 t당 59.49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시멘트, 레미콘, 건설업계는 가치 사슬을 공유하는 업계다. 수입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시멘트 제조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 건설업계도 타격을 입는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올해 초부터 지속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에는 레미콘업계에 시멘트 고시가격을 지난 1월 7만 8800원에서 현재 9만 3000원으로 상향했다고 통보했다. 최근 유연탄 가격 급등을 반영하면 더 오를 수도 있는 셈이다.

◇중소 레미콘업계는 상생안 요구 = 경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이번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발생한 손해분을 협상력이 다소 부족한 중소 레미콘 제조업체에 전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경남 도내 중소 레미콘 제조기업 100여 곳을 회원사로 둔 중소기업협동조합이다.

진종식 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시멘트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며 "그 외에도 경유, 요소수 가격 상승, 레미콘 운반비 인상 등으로 제조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납품단가에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은 대기업 자체 원가 감축 노력, 납품단가연동제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이사장은 "하도급 계약 중 원부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를 조정해주는 납품단가연동제 추진 등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가치 사슬을 공유하는 업계에서 대기업이 솔선해 스스로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도 "공정거래법 위반을 하지 않는 선에서 절충안을 모색 중"이라며 "업계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공동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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