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尹 '예비비 접점' 모색

 

특히 청와대는 여전히 이전 일정을 늦추기를 바라고 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하루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통 큰 예비비 합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3월 29일 보도-

 

드디어 만났어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했어요. 당선 19일 만이라고 하네요.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 있죠. 바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입니다. 윤 당선인이 취임일인 5월 1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겠다며 정부에 예비비 496억 원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한 거 다들 아시죠? 이 예비비 496억 원을 두고 그간 당선인과 대통령이 '신·구 권력의 충돌'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갈등 아닌 갈등을 빚기도 했죠. 왜 대통령과 당선인이 '예비비 접점'을 찾으려고 그러는 걸까요? 현직 대통령이 큰 권한을 갖고 있긴 한가 봅니다.

그래서... 예비비가 뭘까요?


 

 

예비비가 뭔데?

 

예비비는 정부의 비상금이라고 비유하기도 해요. 왜 비상금이 필요할까요? 올해 정부 본예산만 해도 607조 7000억 원이라는데….

 

비상금(예비비)이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돈을 그때그때 마구잡이로 쓸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정부는 매년 이듬해 쓸 돈을 예측해서 예산을 편성해요.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심의 후 확정하는 형태인데요. 정부는 확정된 예산을 항목에 맞게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어디 사람 일이 예상하는 대로만 흘러가던가요? 코로나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죠. 어쨋든 당장 급하게 돈을 써야하는데…. 어디서 돈을 빼와서 써야할까요? 난감한 일이죠. 그래서 ‘예비비’라는 항목을 편성합니다.

 

  • 법적 근거는요? 국가재정법 제22조(예비비) ①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일반회계 예산총액의 100분의 1 이내의 금액을 예비비로 세입세출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

 

 

예비비 쪼개기?

 

예비비도 두 종류가 있어요. 그냥 '그렇구나~'하고 알아두고만 지나갑시다.

 

  • 일반 예비비용도가 특정되지 않음. 새로운 정책수요, 예상하지 못한 사건 등에 활용

  • 목적 예비비용도가 특정됨. 재해대책비, 환율변동 등으로 인한 원화부족액 보전 외에도 감염볌(2021년 예산안부터 추가) 및 구조조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및 업종 지원, 수출규제 및 국제통상마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원 등에만 사용

 

 

얼마나 쓰는데?

 

보통 3조 원가량 편성해요. 일반예비비 1조2000억 원, 목적예비비 1조8000억 원으로요. 그런데 2021년은 코로나19 탓에 비교적 큰 금액을 편성했어요.

 

  • 2022년 4조 5000억 원(본예산 3조 9000억 원+1차 추경 6000억 원)

  • 2021년 9조 7000억 원

  • 2020년 5조 6000억 원

  • 2019년 3조 원

  • 2018년 3조 500억 원

  • 2017년 3조 원

 

 

그냥 막 써?

 

그럴리 없죠. 예비비 사용 절차는 크게 세단계로 볼 수 있어요. 

 

  • 각 중앙관서장의 예비비 요구  기획재정부장관의 예비비 사용명세서 작성 → 대통령 승인

 

참, 중앙관서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 통일부, 법무부와 같은 중앙행정기관을 뜻해요.

 

 

대통령 될 사람도 예비비 써?

 

네. 대통령직인수위가 사람을 어떻게 꾸리는 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모두 법률에 명시돼 있어요. 법률에 명시된 업무에 따르는 비용은 예비비로 지원해요. 몇가지 조항만 살펴볼까요? 전문은 링크를 걸어놓을게요. (여기를 클릭)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 약칭: 대통령직인수법 )

 이 법은 대통령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개정 2017. 3. 21.>

1. 정부의 조직ㆍ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2.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4.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5.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령직인수위는 얼마 만큼 예산을 편성받았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봤어요. 예우경비와 사무실설치비는 아래 금액에서 제외됐어요.

 

  • 김영삼 5억 4431만 1000원

  • 김대중 7억 4994만 3000원

  • 노무현 14억 8000만 원

  • 이명박 21억 9708만 7000원

  • 박근혜 21억 9400만 4000원

 

혹시 예비비를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지 궁금한 분도 있을까요?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 백서(링크 클릭)에 정리돼 있는 '항목별 세부 집행내역'을 첨부할게요. 

 

 

윤석열 당선인은?.... 496억 원?

 

확정된 예비비부터 보자면

  • 운영경비: 27억 600만 원

  • 예우경비+사무실설치비: 31억 6500만 원

 

지난 22일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경비로 27억 600만원을 의결했어요(관련기사 링크). 2022년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될 예정이에요.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 1차 배정에서 예우보상금, 사무실 설치비 등 31억 6500만원을 배정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총 58억 7000만원이 지원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이날(22일)까지도 윤석열 당선인이 요구한 집무실 이전비 496억 원은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어요. 예비비 사용 절차를 되짚어보면요. 결국 마지막 관문은 '현직 대통령'입니다. 현직 대통령 승인 없이는 쓸 수 없는 돈인 거죠.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구상에 대해 안보상의 우려를 표명하며 제동을 건 것이죠. 

 

인수위가 추산한 496억 원 내역

 

국방부의 합참 건물 이전 118억 3500만 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252억 원

경호처 이사비용 99억 9700만 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25억 원

+합참 남태령 이전 시 신청사 비용 1200억 원...관련 기사: 이전비 496억원? 하루만에 1200억 더 보탠 인수위(링크)

 

민주당 김병주 의원 "최소 1조 추산"

 

국방부와 합참 이전·신축 각각 2200억 원

국방부 근무지원단 1400억 원

시설본부 800억 원

심리전단 200억 원

군사경찰 150억 원

대통령 경호부대와 경비시설 이전 2000억 원

청와대 숙소와 직원 숙소 2000억 원

군인가족 이전 50억 원

청와대 경호부대 이전 50억 원

 

문재인 대통령 협조?

 

윤석열 당선인은 ‘5월 10일 용산행’ 의지가 강고해요. 예비비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것이죠. 사실은 ‘용산시대’를 여는 데 꼭 문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취임 후 예산을 편성해서 이전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일에 곧바로 용산으로 출근하고 싶어합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수위 단계에서 이사를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예비비는 현직 대통령 승인 없이는 쓸 수 없는 돈이라고 했죠? 윤 당선인 측으로서는 현직 대통령에게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인수위의 권한 밖"이라는 의견도 있으니 더욱 그렇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 업무 범위를 정해 둔 법 조항 중 '5.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 정도에 해당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역대 인수위 예산만 놓고 봐도 496억 원은 전례 없는 규모입니다.

관련 기사: [팩트체크] '대통령실 이전' 예비비 사용, 인수위 권한 밖의 일?(3월 22일 뉴스톱)

 

어찌 됐든 간에 우여곡절 끝에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을 만나는데...

 

 

세 글자, '면밀히'

 

'면밀히 살펴' 협조한다는 文…尹의 용산시대 물꼬 틀까(3월 28일 연합뉴스, 링크 클릭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났어요. 일단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구상에 대해 원론적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요.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 브리핑을 통해 전해진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

 

언론은 '면밀히'라는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워낙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였기에 논의가 진전됐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면밀히'라는 표현에는 '곧이곧대로 승인해 줄 일은 아니다'라는 속뜻이 들어있다고 보는 거예요.

 

실제로 다음날 김부겸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집무실 이전비용 496억 원의 예비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어요.

 

 

여론은?

 

27~28일 전국 1004명을 대상으로 '청와대 집무실 이전 찬반'을 물은 조사가 있어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28일 오후에 만났으니 아직 회동 후 여론이 반영된 조사 결과는 언론에 나오지 않았어요.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집무실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고만 하면 될 것 같네요.

 

조사 개요: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무선 100% 방식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17.9%.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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