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하는 장애인 단체 절박함 뒷전인 채
당 대표·언론 부정적 여론 조성만 '한심'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귀가 순간 멈췄다. 최근 화두가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할머니의 임종을 맞으러 가야 한다는 시민의 울부짖음에 '버스 타세요'라고 답하는 모습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모습"이라고 했다.

비록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은 아니었지만, 지역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있는 터라 관심이 갔다.

솔직히 이 대표의 글을 먼저 본 순간 소수자, 약자 권익을 접어두더라도, 먼저 과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게 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는 시민의 외침에 저렇게밖에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장애인단체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도 컸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서는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겠다는 청년 절규에 장애인단체 '버스 타고 가시라'>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당시 '버스 타세요'라고 말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의 발언이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걸 소개했다.

이 회장은 버스를 타라는 말 이후에 "(저도) 그런 걸 당해 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저도 그래서 임종을 못 봤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울먹거리며 사과했다.

'버스 타세요' 기사는 지난 22일 서울교통공사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불편을 강조하는 자료에서 "버스 타세요"라는 말만 편집된 영상을 활용했고, 언론은 무비판적인 받아쓰기에 집중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온 장애인들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고 '대응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장애인단체의 이번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당연한 권리마저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맞나 싶다. 또, 제대로 된 취재도 없이 받아쓰기에만 열심인 기성 언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가장 반성이 필요한 인물은 이준석 대표다.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약자와의 동행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정부에서 보호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 당의 대표 입에서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질, 볼모, 부조리라 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선 기간 보여준 국민의힘 약자와의 동행위가 진심이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시민들에게 모욕적인 발언까지 들어가며 지하철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약자와의 동행 약속을 잊은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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