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예술이 일상을 바꾼다. 그런 일상이 쌓여 일생이 된다. 아끼는 책을 같이 읽고, 가고픈 산을 함께 오르는 취향 공동체. 일회용품을 재활용해 공예품으로 만드는 예술가.

김해에는 문화공동체 씨앗이 제법 뿌려져 있다. 도내 1호 법정문화도시에 걸맞게 '일상 속 예술'을 추구하는 시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한 '실패해도 괜찮아' 프로젝트 취재는 마음의 근력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한꺼번에 만난 시간이었다. 그곳에서는 무지개처럼 이주민·장애인·노인은 소수가 아닌 다수가 되어 예술로 소통했다. 인도네시아 출생의 한 여성은 몇 해 전 한국 수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코로나19 탓에 가장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난 외국인 노동자는 또 다른 생업을 유지하고자 경남으로 향했다. 실패를 응원하다니, 도대체 어떤 곳일까 싶어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한 줄짜리 문화기획 아이디어를 제출하니, 전문가 멘토가 합류해 사업을 구상한다. 채택된 제안서에 따라 한국인을 비롯한 출생지가 다양한 이주민이 함께 마을 곳곳을 탐방하고, 지역 홍보대사처럼 자연스럽게 명소를 사회소통망(SNS)에 알려 갔다. 전문 예술인들도 괜찮다고 어루만지듯이 시민을 모았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모여 친환경 미술활동을 이어갔다. 쓰고 내버리는 삶이 아닌 채우고 고쳐 쓰는 삶을 나누고 실천했다. 비닐 대신 종이, 종이 대신 보자기로 선물을 포장하는 방법부터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식품까지 무궁무진했다.

쿵쿵 북소리에 우울을 날려보낸 장애 청소년들, 코로나 장기화로 누구보다 답답한 일상을 버티는 그들에게 한 줌의 예술은 활력이 된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봄처럼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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