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져 투병 중
지역 시민모임·학생 함께 축하"
일본 사죄 때까지 함께할 것"
편지·꽃다발에 기부금 전달도

알록달록한 풍선에 숨을 불어넣자 'happy birthday'(생일 축하합니다)라는 글자가 완성됐다. 탁자 위에는 향긋한 꽃다발과 백설기가 올려졌다.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9일 98세 생일을 맞았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 시민모임(이하 마창진 시민모임)이 지역 고등학생들과 함께 뜻을 보태 생신 축하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오전 11시가 되자 생일잔치에 맞춰 손마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윽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침대에 누운 할머니도 나타났다.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목소리에 김 씨는 감겨있던 눈을 떴다. 그는 6~7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금까지 마산우리요양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거동이 힘들고, 의사소통도 어렵다. 코로나19로 면회까지 가로막혀 병원 현관문을 앞에 두고서 생일잔치를 열었다.

마산무학여고 동아리 '리멤버' 학생들은 축하용품과 편지, 꽃다발을 들고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김다경(2학년) 양은 "지금 마산 지역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몇 분 안 계신 걸 알고 있다"며 "생신이라는 말을 마침 전해 듣고 이렇게 작은 정성이지만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 9일 오전 11시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의 98번째 생일잔치가 열렸다.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지현 양이 김 할머니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  /김다솜 기자
▲ 9일 오전 11시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의 98번째 생일잔치가 열렸다.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지현 양이 김 할머니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 /김다솜 기자

태봉고등학교 역사 동아리 '우공이산' 소속 학생들이 준비한 선물도 할머니에게 전해졌다. 학생들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의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나무 액자를 준비했다.

부산국제고등학교 백수진(3학년) 양은 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부산 지역 학교와 연대해 마련한 기부금을 전했다.

백 양은 "나비가 그려진 마스크줄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했고, 그렇게 얻은 80만 원을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창진 시민모임과 마산겨레하나, 학비노조 경남지부 등 지역 단체에서는 동마산IC 입구와 메트로시티공원 맞은편 등 창원 도심 곳곳에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류지형 정의기억연대 피해자 지원 담당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끔찍한 고통에도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증언하면서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랐다"며 "위안부 문제는 과거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아직도 전 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는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머니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양주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세운 미국 제임스 로툰도 전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시장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을 만나고 서울, 창원을 오가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 경남 지역에는 김양주 할머니를 포함한 2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생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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