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만 되면 운다/ 녹슬지 못한 그리움도 그렇고/ 정 다 떼지 못한 아쉬움에/ 기일이면 꼭 우는 막내/ 막내 점이가 운다".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장으로 활동하는 이필수 시인의 첫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사진)에 들어 있는 시 '점이' 앞 소절이다.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경험한 이라면 공감할 시의 뒷부분은 애처롭다.

"아직도 선명한 발자국 따라가 보면/ 마음 끝 그 자리에 잊힌 것도/ 그렇지 않는 것도 같은 삼십 촉 전구 아래/ 풍경이 서럽도록 푸르다/ 제기를 닦다가도/ 사진틀을 닦다가도 막내 점이가 운다/ 이승시름 놓지 못한 초상화가 야위었다고/ 점이가 울고 모두가 운다/ 액자 속 아버지만 웃고 계신다/ 접동새 웃음을 베어물고 계신다".

액자 속 아버지 초상화가 야위었다고 생각할 정도면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런 막내를 보는 시인의 눈에는 아버지가 웃고 계신다. 접동새 웃음을 머금은 채. 그래서 더욱 눈시울이 불거지는 장면이다.

'무용지물'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진실을 보지 못하는 눈/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입/ 생각을 못하는 뇌// 상황을 왜곡하는 이기심/ 무엇보다/ 뛰어야 할 때 뛰지 않는 심장// 제 역할을 멈춘 것들// 모두 먹어치우고/ 피똥으로 싸버리겠다".(전문)

몹시 화가 난 어투다. 누구한테 이렇게 화가 났을까. 타인일 수도 있고 자신일 수도 있겠다.

김남호 문학평론가는 이필수 시에 대해 "좋은 시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비극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닥을 치면서 그 탄력으로 다시 더 높게 튀어 오르는 시다. 이필수의 좋은 시가 빛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표제시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좋은 예이다"라고 평가했다.

"국정을 농단할 힘은 없지만/ 어두우면 밝힐 수 있는 촛불이 있어서// 더하지만 말고 빼보면 안다지/ 행복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누진세 없는 행복 맘껏 누릴 수 있어서".(2~3연)

오늘이 좋은 이유가 어디 이뿐이랴. 이 시인은 2010년 계간 <제3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북인. 103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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