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우크라이나인-러시아인
남편 고국으로 아내만 남겨져
"미얀마 아픔 공감"평화 기원

신혼의 단꿈은 빨리도 깨졌다. 러시아인 아내와 우크라이나 남편의 신혼은 고국의 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아내 요밀라(39) 씨는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남편을 만나 지난해 결혼했다. 남편은 요밀라 씨만 한국에 남겨두고 6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고국에 남은 어머니를 독일에 사는 여동생에게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아수라장이다. 미사일 발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도시는 불바다가 됐다. 전쟁 위험을 피해 보금자리를 떠나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남편에게 '지금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붙잡아봤지만 소용없었다.

대신 요밀라 씨는 창원역 광장으로 나왔다. 미얀마에 보냈던 평화의 염원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로 향했기 때문이다. 6일 경남이주민연대 등은 미얀마 민주주의 53차 일요시위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했다. 이들은 푸틴 정권을 향해 우크라이나 침략과 미얀마 무기 수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러시아가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 러시아인 요밀라 씨는 전쟁으로 남편을 고향 우크라이나로 떠나보냈다. 요밀라 씨가 6일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규탄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 러시아인 요밀라 씨는 전쟁으로 남편을 고향 우크라이나로 떠나보냈다. 요밀라 씨가 6일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규탄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이 자리에서 요밀라 씨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쳤다. 푸르른 하늘빛과 비옥한 황금색 토지가 담긴 우크라이나 국기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러시아에 엄마와 동생이 있는데, 전쟁으로 음식 배급도 힘들고 위험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원래대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아내와 결혼한 아크탈 파르베즈(파키스탄) 씨도 러시아 규탄에 동참했다. 그의 아내는 우크라이나에서 독일로 무사히 피란했지만, 어린 아들이 아직 전쟁터에 남아있다.

전쟁이 발발하고 2~3차례 어린 아들과 전화 연결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생사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아크탈 파르베즈 씨는 "어린 아들이 아직도 전쟁 속에 있다"며 "살 곳을 잃고 먹을거리도 없는 전쟁터의 시민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경남이주민연대 등은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시민의 고통은 다르지 않다"며 "우리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연대로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벗이 될 것을 결의하고, 그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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