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극단 관계자, 활성화 토론
연속성 없는 조직·행정 비판
조례 개정·배우 처우 개선 촉구

"장기 비전이 없는 조직(경남도립극단)이 도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게 옳은가?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24일 오후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경남도립극단 운영 활성화를 위한 공립극단 관계자 토론회'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과 정청원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 황헌중 강원도립극단 공연기획실장, 고능석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 모형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팀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예술감독은 경남도립극단과 관련해 "장기 비전이 없고 연속성 있게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술감독은 2년, 모든 단원은 비상근이라 계약 기간(11개월)이 지나면 바뀐다"면서 "결재권 있는 행정 담당 공무원도 매년 자리를 옮기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장기 비전은 누가 세우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예술감독이나 배우·행정 담당자들은 길어야 2년, 짧게는 1년 안에 거의 90% 이상이 바뀌는 조직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게 힘든 일이긴 하나, 도립극단은 경남도립예술단 안에 있는 하나의 극단으로서 장기 비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올해부터는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례를 보면 경남도립예술단장은 행정부지사가, 부단장은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이 맡는다.

▲ 24일 '경남도립극단 운영 활성화를 위한 공립극단 관계자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박장렬 예술감독. /최석환 기자
▲ 24일 '경남도립극단 운영 활성화를 위한 공립극단 관계자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박장렬 예술감독. /최석환 기자

박 예술감독은 도립극단 개선 방안으로 조례 개정과 배우 처우 개선을 꼽았다. 배우 임금 기준을 상향해 연령대별로 2~5년간 활동할 수 있는 상근단원을 꾸리자는 취지다. 최소한의 연령별 상근단원이 있어야 그들을 주축으로 공연할 수 있는데 현재는 모든 단원이 비상근이라 극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박 예술감독 설명이다. 그는 "현재 단원 처우가 지나치게 열악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같은 또래 기업에 다니는 사람보다 처우가 낮다 보니 도립극단에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사람도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립극단 조례에 예술감독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처럼 '수석배우를 남성 둘, 여성 둘을 5년씩 둔다' 이런 식으로 특별조항을 넣어야 한다. 예술의 효율성과 특성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정청원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도 "상근단원이 없는 도립·시립극단은 사실 프로젝트성 극단"이라며 상근단원제 운영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은 "상임단원 위주로 운영되는 일부 극단이 정체돼 있다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많아 시즌제 도입이 적절하다는 공격도 있지만, 레퍼토리 확립 등 단원제는 분명히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능석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은 도립극단 설립 과정에서 연극인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고 설명하며, 지역 연극 생태계는 단순히 민간·공립극단 협업 문제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고 지회장은 "민간극단보다는 임금이 많으니 어떤 배우는 도립극단으로 가고, 어떤 배우는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 기획하려고 배우를 포기하고 극단을 지키는 일도 있었다"며 "도출된 문제점을 같이 해결하도록 상시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 예술감독 역시 민간·도립극단 비전을 한자리에서 나눌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심도 있게 (각 극단 관계자들과 만나) 한자리에서 논의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각자 입장이 아닌 경남이라는 큰 틀에서 얘기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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