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3개 안'검토 두고
논의 폭·방향 축소 비판
주민투표제 한계 지적도
"시기상조"등 목소리 다양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 다양화 방안 논의'가 간선제 논란에서 벗어나 더 폭넓은 방향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선점을 짚어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는 △지방의회에서 행정·경영 전문가를 추천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행정관리관제) △지방의회 의원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의원 내각제) △현행대로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 선출 및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도입 등 권한 강화(기관 양립제) 등 3개 방안을 놓고 의견수렴 중이다.

자치단체장 선출과 기관 구성 방법을 다양화하겠다는 시도라는 평가도 있는 반면 행안부 방안 역시 성급한 표준·단편화로 논의의 방향과 폭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한국은 국회에서 제정한 지방자치법이 단 1개 존재하지만, 독일 등 지방자치 선진국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한 다양한 형태의 법을 가지고 있다. 10여 개 형태의 지방자치 제도가 한 나라에서 공존한다는 얘기다.

최승제 주민자치법제화경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지방자치 제도변화 논의를 간선제로의 회귀인 양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행안부가 3개 안으로 한정해 논의를 하면 지방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동의도 되지 않고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도 일어난다"며 "지방자치법 특례(4조)의 근본 취지는 단체장 선출 방법이나 기관 구성 결정을 '주민투표'로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제는 법적 권한이 미미하고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이전 등 국가 정책 결정에 국한돼 있다. 주민투표 경험도 법 시행 12년간 10여 차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히고 주민 참여 경험이 쌓인 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주장이다.

안권욱(고신대 교수)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는 "한국처럼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를 가진 나라는 드물다"면서 "우리도 지방자치 선진국처럼 다양한 제도를 논의하고 주민투표 권한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한국의 정치와 지방자치 현실에서 내각을 공유하는 연정 추진 등의 토대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우리는 시장과 부시장, 기관단체장 정도만 내각이고 실국장들은 공무원이지만, 독일은 실국장까지 주민투표로 뽑는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강재규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행안부의 지역 자율성 확보 노력과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일괄 3개 안을 지침으로 논의를 고립시킬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관 구성 방법을 열어두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남 정치권에서는 시기상조라 추진하기 어렵거나 주민 여론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는 의견, 소수의견이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광역·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가 우선이라는 주장 등 다양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송순호(더불어민주당·창원9) 도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검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다", 백수명(국민의힘·고성1) 도의원은 "현행 선거제도에 불만이 있는 주민들도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문제", 이영실(정의당·비례) 도의원은 "소수의견이 무시되고 정보 공유도 안되는 양당정치 체제에서 행안부 안이 추진되면 더욱 다양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 이병희(무소속·밀양1) 도의원은 "도의원들이 대선에 동원되는 등 도의회가 잘 돌아가지도 않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더 시급한 것은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는 "의견 수렴 중이고 해당 내용이 반영된 특별법이 국회에 회부된 후에도 법안심사, 공청회 등을 거치며 각계각층의 다각적인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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