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그리다 보면 하루를 살아갈 힘과 창조성을 선물로 받게 된다." 어느 그림일기 책을 홍보하는 문구에 이끌려 그림일기를 만났습니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 보는 그림일기는 '누구의 딸,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아온 저에게 '나'를 찾을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림일기가 뭐라고 그렇게 즐겁고 재미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본능에 가까운 행위이기에 내가 아닌 누군가의 누구로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강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을 주로 하는 분들에게 꼭 필요하겠기에 '내가 행복해지는 그림일기'로 경상남도 중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에서 돌봄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나를 위한 일보다는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돌봄노동자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그림일기를 마주하는 시간만이라도 '나'에게 집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와 마주하기'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어린 시절 모습, 지금 모습과 마주하면서 소소한 이야기기를 나누고 그림과 글로 표현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그림일기를 통해 돌봄노동자들에게 자신이 꿈꿔온 모습과 지금 모습을 마주하면서 앞으로 돌봄노동자로서 스스로 삶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초석을 놓아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이야기에 그림과 글이라는 옷을 입혀 표현하면서 스스로 위로 받고 또 위로하며 일기장을 차곡차곡 채웠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마음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시간을 만들었지요. 그림일기 수업에 참여하신 분 모두가 지금까지 살면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 시간은 여기 와서 함께하는 일주일의 2시간이었다고, 나에게 이런 치유의 힘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분들과 그림일기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 번 더하게 되었습니다.

돌봄노동자들이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림일기로 행복한 일상을 꿈꾸길 바라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