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충돌 경고하는 전문가들
TV쇼에 출연시켜 '눈길 끌기'
주객전도한 기자 모습 낯익어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매주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지면에도 영상 내용을 축약해 소개합니다. 그간 함께한 박신 기자는 인사 이동으로 하차했습니다. 이번 주는 영화 <돈 룩 업>에 나오는 언론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살펴봤습니다.

 

기자는 전문직일까요?

굳이 말하자면 전문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직이겠죠. 막중한 책무가 따릅니다. 전문가의 언어는 대개 어렵습니다. 기자는 어려운 사안을 검증하고 그 메시지가 다치지 않도록 정확하게 시민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영화 <돈 룩 업>은 언론이 가장 본질적인 임무를 소홀히 했을 때 사회에 벌어지는 해악을 담은 영화입니다.

뉴욕헤럴드라는 언론사가 나옵니다. 천문학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이곳을 찾습니다. 제보는 충격적입니다. 에베레스트 크기만 한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겁니다. 취재기자 아둘 그렐리오는 "컬럼비아 대학 프랭크스 박사는 자료를 보자마자 쓰러질 뻔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뉴욕헤럴드는 기사를 내기 전에 먼저 '다들 못 나가서 안달인 최고의 TV쇼'라는 <데일리립>에 이들이 출연하게끔 합니다.

▲ 시청률과 조회수에 매몰된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 <돈 룩 업> 한 장면. 인기 아침 토크쇼 <데일리 립>에 출연한 랜들 민디(왼쪽 셋째) 박사와 케이트 디비아스키(오른쪽 첫째).  /갈무리
▲ 시청률과 조회수에 매몰된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 <돈 룩 업> 한 장면. 인기 아침 토크쇼 <데일리 립>에 출연한 랜들 민디(왼쪽 셋째) 박사와 케이트 디비아스키(오른쪽 첫째). /갈무리

뉴미디어 시대 여론 환경에서 기성 언론이 왜곡된 판단을 내리는 사례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대목입니다. 뉴욕헤럴드는 '99% 확률로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과학자의 경고' 또한 눈길을 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본 것 아닐까요? 정말 사실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전사적으로 검증에 나서서 시민에게 알려야 할 사안이죠.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셈입니다. '지구 멸망'이 '눈길 끌기'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확신에 차 있던 취재기자 아둘은 <데일리립> 방송 후 기대만큼 파급력이 대단하지 않자 "우리만 바보가 됐어요. 나사 국장인 조슬린 콜더 박사가 종종 나오는 과잉반응이라잖아요"라며 돌변합니다. 사실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기록을 두고도 여론이 따라오지 않자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랜들 박사는 "나사 국장이긴 한데, 전직 마취과 의사이자 대통령 후원자죠"라고 비꼬듯이 말합니다. 기자가 휴대전화를 잠깐만 찾아봐도 나사 국장이 천문학 비전문가인 '낙하산 인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요. 혜성 충돌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기자가 여론에 왔다갔다 흔들리는 모습이 과장으로만 보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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