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민주주의 뒷걸음질
1년새 시민 1480명 무참히 희생
창원서 첫 연대·매주 일요시위
미얀마 상황 알리며 지지 호소
항거 공감·새 역사 의식 형성
국제 공조 구축 한계 아쉬움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2월 1일이면 1년이 된다. 지난해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상당수 정부 고위 인사가 갇혔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사회 전반적인 혼란이 이어졌다. 민주 정부 수립 5년 만에 미얀마 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쳤다.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민주주의를 외쳤다. 온라인에서는 미얀마 전역에서 자진 파업이 일어났던 2021년 2월 22일을 기념해 '#22222 Revolution'이란 해시태그 운동이 일기도 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시민군을 꾸려 1년째 군부에 대항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미얀마에서 1480여 명이 군부 쿠데타로 숨졌다. 매일 희생자가 나오는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 연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원에서 처음으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가 시작됐다. 지난 1년간 미얀마를 위해 연대한 경남 지역 활동 내역을 살펴봤다.

◇47차까지 이어진 일요시위 = 경남이주민센터 내부 조직인 경남이주민연대에서 미얀마를 돕자는 첫 제안이 나왔다. 14개국 교민회는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본국에 큰일이 닥쳤을 때 그 나라를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동안 서남아시아, 네팔 지진 때도 모금 운동을 통한 인도적 지원을 이어왔다.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난해 2월 1일. 경남이주민연대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입장 표명을 했다. 미얀마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자는 뜻이 모여 2021년 2월 3일부터는 매주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는 47차를 맞았다. 집회에서는 한 주간 미얀마 소식과 함께 연대 발언이 전해진다. 모금 운동도 한다. 이렇게 모인 돈은 미얀마로 보내진다.

이날 가슴 아픈 소식이 도착했다. 미얀마 동북부 카야주 프루소구의 피난민 캠프에 폭탄이 떨어졌고, 불에 탄 시신이 최소 35구가량 발견됐다는 얘기다. 폭탄이 터져 7살과 18살 자매가 함께 숨졌다.

◇연대가 곧 위로 = 경남이주민센터는 시위를 통해 미얀마 현지 상황을 전해오고 있다.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들은 고국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으면서도 연대로 위로받는다. 조모아 한국과미얀마연대 대표는 "경남이주민센터를 비롯한 많은 단체,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자기 시간을 할애해 연대해준다는 사실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며 "미얀마 독재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연대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수많은 연대 단체들이 집회를 다녀갔다.

1980년대 노래로 민주화 운동을 해왔던 민중가수 장계석 씨도 집회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미얀마 집회에 매주 다른 곡을 준비한다. 미얀마 혁명의 노래나 유행가를 한국말로 번역에서 불러준다거나, 한국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많이 불렸던 가수 김민기의 곡들이 자주 등장한다.

장 씨는 "1980년 광주와 미얀마는 닮아 있는 만큼 미얀마 국민의 저항을 응원하고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매주 미얀마에서 몇 명이 죽었고, 어디가 폭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신상훈(비례·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도 연대를 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3월 경남도의회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우리 경남은 과거 부마항쟁을 일으켰던 민주화 성지였던 만큼 우리의 과거와 닮아있는 미얀마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어서 연대했다"며 "하루빨리 민주화를 상징하는 주요 인사들이 석방되고, 미얀마 군부 정권이 학살을 자행하는 일을 멈췄으면 한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연대의 물꼬 =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한국은 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나라와 연대하는 건 드물었다"며 "미얀마 일요 집회로 국제적 민주주의 연대의 물꼬를 트게 됐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제 사회 연대가 희미해지는 이때 한국에서의 연대는 미얀미 현지인뿐 아니라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 전국에 있는 미얀마인들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독재 퇴진과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한국대회가 지난해 12월 12일 창원역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전국에 있는 미얀마인들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독재 퇴진과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한국대회가 지난해 12월 12일 창원역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이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미얀마 항거에 공감하면서 새로운 역사의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전 세계 어디서나 지켜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 된다는 평이다.

미얀마 연대에 앞장선 경남이주민센터는 아쉬움도 표현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세계인권단체에 태국 국경지대에서 모여 미얀마로 들어가 민주주의를 촉구하자는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민주주의 연대 체계를 갖추기 쉽지 않아서다.

한편, 경남이주민센터는 미얀마 사태 발발 1주년을 맞이해 2월 13일 창원에서 전국 연대집회를 하며, 이와 함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사진전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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