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출·인구 감소 등 심각
대선 후보들 원론적인 발언뿐
구체적 예산·대책·계획은 없어
넉 달 뒤 지방선거 '관심 밖'
지역정책 구체화 기회 파묻혀

20대 대통령 선거가 40일 남았다. 3월 9일 새 정부를 이끌 대통령이 탄생한다. 전국동시지방선거는 6월 1일이다. 경남을 이끌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도 뽑아야 한다.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지역의 가장 큰 관심인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소멸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은 안녕하시냐'고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세세하고 구체적인 예산·대책·계획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소멸 대응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등의 공약다운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8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소멸대응 특별법안(지방소멸 대응 특별법) 국회 발의 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방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각별한 배려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발전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균형발전 핵심은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폭넓게 이양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은 떠나고 쪼그라드는 지역 현실은 이런 말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혁명적 수준의 조치'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조차 지난해 10월 직접 전국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지역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재정 지원책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지역소멸대응기금 1조 원과 국고보조금사업 2조 5600억 원이 지역소멸 대응 예산의 전부다. 전체 국가예산 608조 원의 0.59%에 불과하다. 국가균형특별회계(균특회계) 예산은 매년 늘어 11조 4080억 원으로 전체 1.88%지만, 쓰임새는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일례로 지난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5년간(2016~2021년) 권역별 균특회계 광역철도 예산 편성과 집행 내역을 확인한 결과 전체 93.7%에 해당하는 2조 6770억 원이 수도권에 쓰였다.

반면 서울·수도권의 주택 공약 등은 매우 구체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311만 호, 윤석열 후보는 250만 호 주택공급 공약을 내걸었다.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답변하고 있다. 이른바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지만, 오히려 수도권 인구유입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고신대 교수)는 "원론적인 수준의 말 말고는 수도권 주택 공약처럼 구체적이고 진지한 지역 대책을 내놓는 대선후보가 없다"며 "지역소멸대응기금 등을 5조 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식의 계획과 대책, 적극적인 의지와 공약을 내놓는다면 소멸위기에 닥친 지역주민들에게 큰 뉴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수도권과 대도시 표심만 얻기 위한 행보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선 후보들의 경남 방문 일정 동선을 살펴보면 대개 창원시와 진주시, 김해시 등 대도시 방문 일색이다. 인구소멸 지역인 거창·함양·산청 등 소규모 군지역을 찾는 대선 후보는 드물다.

대선 여파에 지방선거가 묻히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선과 지방선거 사이의 시간은 석 달이 채 안 되는 85일이다. 시일이 촉박해 대선에서 지역정책을 구체화함과 동시에 지방선거와 연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대선에서 지역 공약과 정책을 활발하게 토론해 쟁점화하고, 지방선거에서 이어받아 정책을 펼치고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계획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대선 후보 캠프에 들어가 있는 경남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지역균형발전이나 지역소멸 대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재규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자치분권이나 균형발전, 지역소멸 문제에 관한 분명한 정책 제시를 하지 않는다"며 "도내 국회의원들이 각 대선캠프에서 지역정책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대선과 지방선거 양대 선거 모두를 지역 문제 극복을 위한 계기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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